조원휘 대전시의회 부의장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임명직이라면 주민자치회는 지역주민이 지원하고 선출하는 지역공동체다. 1단계 시범지역인 대전은 2013년 동구 가양2동을 시작으로 지난해 기준 48개 동에서 주민자치회가 실시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활동평가, 행정사무 의견제시, 마을계획안, 주민참여예산 편성안, 주민자치, 민관협력 등에 관한 사항 보고와 결정을 논의하는 기구다. 그러나 대전시는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주민자치회 사업 중 주민참여예산제의 예고된 예산 200억원 중 절반을 삭감한다고 한다.

필자가 주민참여예산의 삭감을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삭감의 명분과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풀뿌리 지방자치의 핵심 사업이다. 지역의 현안 문제는 주민이 알고 있다. 동네에 가로등이 필요한지 꽃밭이 필요한지는 동네 사람이 가장 잘 안다. 광역단체는 기초단체에서 못 하는 행정을 하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하기 어려운 행정을 하면 된다. 이것이 보충성의 이론이다. 이제 겨우 지방자치의 씨를 뿌리고 밭을 만들어 가는데 예산을 반토막 낸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각동 주민자치회장과 회원들은 예산을 왜 삭감하는지 삭감된 예산은 어디에 사용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대전시 부채가 1조원을 넘어 긴축재정이 필요하고 내년도 사업비 인상이 예상돼 예산을 삭감한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대전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10.4%로 특·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긴축재정을 위해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한 주민참여예산을 깎는 진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두 번째 이유는 행정 절차의 문제다. 주민참여예산은 이미 200억원 규모로 예고돼 올해 상반기 동안 시민제안 공모가 진행된 것으로 이를 위해 시는 관련 공문을 각 구청에 내려 보냈다. 그리고 공문에 따라 각 주민자치회는 지역의제와 필요사업을 준비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주민총회를 열어 투표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전체 예산의 절반을 삭감한다는 날벼락같은 통보를 받은 각 동 주민자치회는 당장 2500만원의 사업을 축소해야 될 상황이다. 또 대전시는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주민참여예산을 200억원으로 하겠다고 보고한 뒤 하루 만에 절반을 삭감하는 공문을 각 구청에 발송했다.누구 말 한마디에 상임위 업무보고 내용이 아무런 설명 없이 뒤집어지는 것인가? 행정은 연속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명분 없고 절차에 어긋난 주민참여예산 100억원 삭감을 반대한다. 대전시가 삭감된 100억원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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