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권 대전 서구 경제환경국장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작고 미미해 보여도 모이고 쌓이면 언젠가 크게 된다는 의미이다. 과거 형편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이 속담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용돈이나 물건을 아껴 쓰라고 강조할 때 주로 인용했다. 솔직히 그때는 의미를 잘 몰랐고 피부에 와 닿지도 않았다. 그런 실제 사례를 주변에서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이 속담의 의미를 새삼 절감하고 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셔도 포인트가 쌓인다.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 대신 필요할 때 쓰라고 주는 이른바 ‘엄카(엄마 카드)’에도 사용할 때마다 적립금이 쌓인다. 옛날 어른들처럼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지금의 아이들은 ‘티끌 모아 태산’의 교훈을 일상적으로 직접 경험하고 있다.

출근할 때마다 그 속담이 주는 교훈을 목격하기도 한다. 대전 서구청 정문 옆에는 AI 투명페트병 분리배출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작은 쇼핑백이나 큰 마대에 투명페트병을 담아 와서 분리배출기에 넣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페트병 한 개를 넣을 때마다 10원이 적립된다. 10개면 100원, 100개면 1000원이다. 2000원 이상 적립되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서구에서는 이런 AI 투명페트병 분리배출기 24대를 설치·운영 중이다. 1개당 10원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올해 수거한 투명페트병은 170만 개가 넘는다. 돈으로 환산하면 1700만 원에 달한다. 돈도 돈이지만, 페트병 분리배출 실천의 의미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태산’과도 같다. 분리배출기에 적혀 있는 이런 문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

지난해 1년 동안 서구 관내에서 수거된 재활용품은 모두 1만 7000여t에 달한다. 이 가운데 8,700여t 정도는 그냥 폐기되었다. 재활용품이라고 힘들게 따로 모아 배출했지만, 절반 이상은 폐기물로 처리된 셈이다. 재활용품 분리수거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보다 쉽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재활용품 수거 방식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서구는 재활용품 수거뿐 아니라 생활폐기물 배출·수거 체계도 전면 개선할 방침이다. 생활환경 분야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자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 생활폐기물의 도로·인도 변 적치에 따른 주민 불편과 민원을 최소화하고 환경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종합추진계획을 마련 중이다. ‘티끌 모아 태산’은 돈이나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은 노력과 정책이 도시 전체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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