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상 청주시체육회 사무국장

언제부턴가 식당엘 가면 정수기에는 ‘물은 셀프입니다’, 커피 머신에는 ‘커피는 셀프입니다’, ‘추가 반찬은 셀프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세차장, 주유소, 빨래방, 마트 등 이제는 어느 한곳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셀프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 속에 슬그머니 들어와 많은 부분에 녹아있다. 이는 세태의 변화요. 우리네 일상을 말해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요즈음 일부식당에는 식탁위에 탭이 설치되어 있어서 종업원과의 대화 없이도 음식 주문에서부터 결제까지 앉아서 한 번에 할 수 있다. 한창 성업 중인 커피숍도 모니터 메뉴 터치로 주문에서부터 결제까지 모니터와 대화를 하고 있다.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창문열고 연료뚜껑 열어주고 결제만 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주유기기 모니터 조작으로 혼자서도 주유를 할 수 있다. 또한 대형매장과 생활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일부 점포에서도 셀프 계산대를 설치해 상품바코드에 인식기만 가져다 대면 자동적으로 계산이 되어 점원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됐다. 그야말로 셀프에 젖어가는 셈이다.

이렇듯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 사회 곳곳에 제 역할을 담당했던 일꾼들이 많았었다. 그런데 그 많던 일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일부는 전직을 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최저임금제의 시행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금액의 인건비를 부담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월급 부담과 더불어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를 별도로 부담 해야 한다.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종업원을 줄이고, 더 어려우면 채용을 하지 않고 가족 경영체제로 전환을 하거나 상황이 더 나빠지면 셀프기기를 설치해 사업장을 운영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인구가 많이 몰려있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건물 임대료와 재료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방에서도 무인편의점 등 무인매장 창업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상승하는데다가 금리와 물가가 동반 상승하자 업주들이 인건비 비중이 큰 지방에서도 사람을 고용하는 대신 무인매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점차로 줄어들고 그 자리를 셀프기기가 하나 둘 점령하고 있다. 인간미가 넘치는 서비스는 고사하고 업주입장에서는 셀프기기 설치로 종업원 채용에 따른 부담을 덜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준말)은 돈을 전제로 한 일과 삶의 균형이다. 셀프기기에 밀려 실직한 돈 없는 서민이 무슨 저녁이 있는 삶이 있겠는가. 범정부적 차원에서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많은 일자리 창출로 떠나간 일꾼이 다시 돌아오고 국민 모두가 활기찬 일상이 될 수 있는 일터가 많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