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국회의원

지난 7월 7일 정부는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개최하고 ‘우주산업 클러스터 추진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런데 사업 추진이 공식화 된 지 불과 20여 일 만에 발사체 특화지구는 전남, 위성 특화지구는 경남으로 최종 후보지가 결정됐다. 고작 3번의 검토회의만에 후보지가 속전속결로 결정된 것이다.

해당 사업이 갖는 의미나 규모 면에서 이와 같은 졸속 추진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주산업 클러스터는 우주산업 본격 육성을 위한 전진기지로서 오는 9월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까지 계획돼 있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이런 사업의 후보지를 심의하는데 어떤 자료들이 어떻게 검토됐는지도 깜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자체 과열을 핑계로 공모 방식이 아닌 지정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에 별도의 자료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실무자들이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취합했다고 한다.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도 실무자의 검색 레이더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 자료들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이미 결과를 정해 놓고 심사 절차라는 구색만 맞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필자는 제21대 국회 전반기에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역임하면서 해당 사업 추진 과정을 지켜봤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 근거를 담은 「우주개발진흥법」이 지난해 말 발의된 후 올해 전반기 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법안이 빠르게 통과되도록 기여했다.

정부의 사업 추진에 힘을 보탠 것은 우주산업 클러스터의 중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법안 추진 과정에서 필자는 해당 사업은 대전, 전남, 경남을 3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계속해서 강조했다. 대전은 R&D, 경남은 제조, 전남은 발사체 등 지역별 특성이 나눠져 있는 만큼 세 지역을 각 축으로 함께 육성해야 우주산업이 차질 없이 성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도 공감대를 형성해 왔으며 전임 장관들 모두 필자의 의견에 동조했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정작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특화 지구를 2곳만 선정하겠다고 발표하며 대전과 경남을 불필요한 경쟁 구도로 몰아넣더니 한 달도 안 돼 이런 졸속 결과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했던 항공우주청 경남 설치는 지금도 많은 현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항공우주청 경남 설치의 명분 쌓기용으로 우주산업 클러스터 입지를 결정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의 뒷북 대응도 문제이다. 올해 초만 해도 대전은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했지만 정작 사업이 공식화된 이후에서야 우주산업 육성계획 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세미나를 추진하는 등 한 박자 느린 대응을 보였다. 항공우주청 설립 문제와 더불어 이장우 대전시장이 우주산업에 지나치게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권의 입맛대로 졸속 추진되는 사업은 대한민국의 우주 경쟁력을 퇴보시킬 뿐이다. 정부는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의혹투성이인 현행 사업 추진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후보지를 재선정하거나 필자가 기존에 주장한 대로 대전, 경남, 전남 3축으로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이다. 대한민국 우주 산업이 제대로 육성될 수 있도록 정부의 최대한 빠른 의사결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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