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영·취재2부 교육문화팀 기자

[충청투데이 한유영 기자] ‘평소에도 중·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던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공부를 더 잘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답안지 유출 사건을 일으킨 학생들의 진술 내용이다. 높은 성적, 좋은 스펙…. 이것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맹목적인 결과만을 쫒고 난 뒤 학생들은 비로소 더 큰 것을 잃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시험지 유출에 가담한 학생들 중엔 코딩 등 프로그래밍을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을 가진 학생도 있었다. 시중에 나도는 악성코드를 직접 수정한 후 컴퓨터 화면을 일정 시간 간격으로 캡처해 저장하는 악성코드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학생 개인이 가진 재능과 능력은 꽃을 피우기도 전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범죄 도구로 전락했다.

어긋난 욕망과 과열된 경쟁이 부른 시험지 유출사건은 충청권 지역에서도 있었다. 2017년 대전생활과학고등학교에선 시험지 보관단계에서 배움터 지킴이가 시험지를 유출해 검찰에 송치됐고 같은 해 충남예산여고에선 출제단계에서 교사가 시험지를 유출해 해임됐다.

대학 입시, 취업 등의 과정은 언제나 경쟁을 동반한다. 그래서 ~고시, n수생, 입시전쟁 등의 말들은 과열 경쟁된 시대를 반영하듯 탄생했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에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아이들은 귀해진다는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가는듯하다.

작은 사회라고 불리는 학교는 학업 외에도 인간관계와 책임 등 다양한 삶의 가치를 배우고 부딪히는 곳이다. 시험지 유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지만 앞서 본질을 살펴봐야한다.

성적 향상을 위한 경쟁과 현실가치에만 매몰되지 않았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생 개개인이 가진 재능과 능력에 좀 더 집중하고 인성과 사회가치의 중요성을 키우는 교육의 장이 바로서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