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처음은 늘 설렌다. 공직에 처음 입문했을 때도 그랬다. 1991년 대학을 졸업하고 그해 10월 행정고시에 최종 합격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던 분은 아버지였다. 당시 정년퇴임을 3개월 앞둔 선친께서는 아들이 대를 이어 공무원이 되고, 그것도 5급으로 시작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셨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5급 사무관으로 퇴직하는 당신의 씁쓸함과 회한을, 아들의 행정고시 합격으로 달래셨던 것 같다. 그렇게 가족과 주변의 축하를 받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서울로 야구 원정응원을 떠날 때도 설렜다. 필자의 모교인 대전고는 청룡기야구대회 준결승전에서 선린상고와 맞붙었다. 대전고에도 이효봉 등 뛰어난 선수가 있었으나 그 시절 최고의 야구천재로 불렸던 박노준과 김건우가 활약한 선린상고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경기 장면도 기억에 생생하지만, 서울역까지 가는 기차에서 친구들과 함께 먹었던 삶은 달걀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지난 7월 1일, 민선 8기 대전 서구청장으로 취임하고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간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서구 앞에 놓여 있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인수위원회 대신 현장에서 현안을 청취하고 해법을 모색한 것도 서구를 되살리는 골든타임을 결코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였다. 정답보다는 문제를 찾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 30년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일하며 얻은 소중한 교훈 중 하나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지난 한 달은 더 없이 설레는 시간이었다. 7월 11일 용문동에서 시작해 27일 갈마2동을 끝으로 서구 24개 동 순방을 모두 마쳤다. 동별로 의전과 형식보다는 실속과 내용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구청장이 직접 민선 8기 구정 방향과 비전을 구민들께 프리젠테이션하고, 주민대표가 동 현황이나 숙원사업을 소개했다. 구민과의 대화 시간에도 실·국장 대신 주요 사업부서 과장들이 배석하도록 했다. 원론적이고 두루뭉술한 답변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답변을 주민들께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24개 동에서 구민과의 대화를 통해 취합된 건의 사항만 150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당장 주민 불편이 크거나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는 바로 추경에 반영해 예산을 확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행정의 기본은 민원처리이며, 민원처리의 생명은 속도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기간 도안동을 제외한 23개 동에서 주민자치회 주민총회를 열었다. 한 곳도 빼놓지 않고 참석해 구정 방향과 비전을 간단히 설명하고, 주민자치계획과 주민참여예산사업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동 순방과 주민총회를 통해 수천 명의 주민을 만났다. 하루에 3~5개 동씩 짧게는 10km, 길게는 30km가 넘는 거리를 매일 이동하는 강행군이었다. 그래도 피곤하지 않은 이유는 현장에서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구민들의 강렬한 소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민선 8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번 동 순방의 제목이 ‘설레는 첫 만남’이었다. 다음 만남은 변화하고 혁신하는 서구의 모습을 확인하는 ‘뿌듯한 만남’이 될 것이다. 벌써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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