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대전시 시민공동체국장

파이낸셜타임스의 저널리스트인 질리언 테트가 쓴 ‘사일로 이펙트(The Silo Effect)’라는 책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사일로’를 전체가 아닌 편협한 사고의 틀 또는 심리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사일로에 갇히면 점과 점 사이를 연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점 파악과 해결책 마련이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해결책을 스티브 잡스의 졸업식 축사로 유명해진 ‘다양한 점을 이어라’라는 말에서 찾았다. 즉 다양한 점들을 연결하는 선들을 통해서만 사일로를 넘어서는 혁신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어렸을 적, 점으로만 가득한 종이 위에 점과 점 사이를 선으로 연결하며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 내면서 만족스러워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점이 소통으로 연결되는 곳이 우리 대전에 있다. 바로 옛 충남도청사에 조성돼 7월 28일 개관을 앞두고 있는 소통협력공간 ‘커먼즈필드 대전’이다.

이곳은 물리적으로도 수많은 점과 선을 가진 건축공간이면서, 동시에 과거와 현재 속에 흩어진 무수히 많은 점이 연결되어 시공을 초월하는 역사적으로도 가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곳은 이제 점점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며 다양한 연결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소통협력공간은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2019년도에 선정돼 옛 충남도청사 일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 사업은 시작부터 공간 조성과 운영의 순서를 바꾸는 혁신을 선택했다. 기존의 공공주도 공간 조성사업이 아니라 민간운영주체를 먼저 선정한 후 시민 참여 사업을 사전에 진행했다.

소통협력공간에서는 2019년도부터 3년간 66개의 사업이 추진됐고 올해는 현재 14개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해 지역문제를 해결, 실행해 나가는 사업들로 이뤄졌다. 예를 들면 별의별 상상대전, 1인가구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 시민랩 공모사업, 시민 공론장, 우리동네 네트워크, 포장없는 시장프로젝트, 사회혁신 컨퍼런스 및 교육, 전시·공연 등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간 소재 선화동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우리동네 네트워크 사업, 전통시장과 함께 하는 ‘포장없는 시장 프로젝트 사업’은 사회혁신 문화를 지역에 확산해 나가고 있다는데 의미가 크다.

커먼즈필드 대전은 여러 개의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의회동 본관 1층과 부속동 3개동(옛 우체국, 선관위, 무기고)을 리모델링 한 것으로 안녕라운지, 리빙랩실, 컨퍼런스룸, 갤러리, 스튜디오룸, 아카이빙 라운지, 북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옛 충남경찰청 상무관을 리모델링한 공간도 하반기에 시민의 별채로 문을 열 예정이다.

건물 외관은 근대건축물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와 정서를 느낄 수 있고, 내부는 확 달라진 인테리어와 공간 배치로 반전의 재미도 느끼게 될 것이다. 충남도청 이전 후 비어있던 공간(空間)은 이제 시민들이 함께 하는 공간(共間)으로 변화되고 연결을 꿈꾸는 장소가 될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 속에는 아직도 허물어야 할 수많은 사일로들이 산재해 있다. 이 공간을 통해 시민들이 사일로들을 걷어내고 서로 소통하여 각자의 점을 다양한 선으로 이어낸다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크고 작은 혁신들이 우리시의 지역 곳곳으로 파급된다면, 더욱 새로운 지속 발전을 이루는 도시 대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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