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청주 성화초 교사

밤나무, 제비꽃, 비비츄…

청주 성화초 5학년 학생들은 구룡산에 어떤 동물과 식물이 사는지 꿰뚫고 있다. 두꺼비는 물론 밤나무, 제비꽃, 비비츄까지 어떤 생물들이 자라고 있는지 주민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올해 진행한 ‘구룡산과 친구들’ 프로그램 덕분이다. 학생들은 생태환경 탐사를 통해 구룡산의 식생을 조사했다. 지도를 그리고 자라는 위치를 표시했다. 거기에 식물의 그림을 그려 붙이고 별도로 식물의 이름, 의미와 유래, 특징을 작성했다. 이렇게 구룡산 생태도감이 완성됐다. 산 입구에 설치해도 일반인들이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자세하고 전문적이다.

구룡산 생태체험은 각 학년의 생태 담당교사들이 모인 교내 생태 전문적학습공동체(이하 전학공)의 결과물이다. 생태 전학공은 올해 1학기 생태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이 모여 만들었다. 현재 총 7명의 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교사들은 생태 전학공에서 생태 관련 도서를 읽고 의견을 교환하며 각 학년의 생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보를 나눈다. 5학년의 생태를 맡고 있는 필자는 이곳에서 글쓰기와 연계된 생태 그림책 읽기를 추천받았다.

필자는 동물 그림책과 환경 그림책을 읽어주며 아이들에게 생태를 가르친다. 이 생태수업은 자연스럽게 주2회 주제 글쓰기로 이어진다. 올해 3년차인 필자는 성화초가 첫 부임지다. 경험이 없어 첫 해에는 많이 힘들었다. 특히,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 자료를 직접 개발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내 적응했다. 그 비결에는 성화초의 다모임이 있었다.

성화초에는 전 교직원이 모이는 다모임 회의가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화상회의로 진행됐지만 학교 전반에 관해 모든 구성원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다. 조금 더 세부적인 것들은 ‘스몰스쿨’이라는 학년별 다모임에서 논의된다. 필요한 프로그램은 진행하고 필요없다 판단되면 과감히 뺀다. 이를 통해 성화초 5학년 학생들은 1학기에는 인권, 2학기에는 생태를 배웠다. 한 학년이 작은 학교처럼 운영되는 것이다. 교사들의 관심에 따른 전학공도 별도로 운영된다.

성화초 학생들은 입학부터 자연스럽게 민주주의 참여과정을 배운다. 1, 2학년은 주마다 학급 대표를 돌아가며 하기도 하고 월마다 학급 대표를 선출하기도 한다. 4학년이 되면 학생회장 선거 투표에 참여한다. 5~6학년이 되면 팀을 구성해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선출방식은 미국의 대선과 흡사하다. 당선된 회장단에서 회장과 부회장이 동시에 나온다. 출마한 팀들은 저마다 회장단으로 선출되기 위해 시청각실에 모여 치열한 공약 토론을 한다. 유권자인 3, 4, 5학년은 학생 선관위를 구성해 선거의 룰을 정한다. 선출된 회장단은 3주체 협약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건의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이 선거는 중요하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지도한다.

성화초의 이런 변화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교사들의 회의 모습도, 모임을 통해 수업 교재를 직접 만드는 모습도 낯선 풍경이었다. 하지만 성화초 전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회의를 열고 소통했다. 불필요한 행정업무는 버리고 오직 학생에게만 집중했다. 전 구성원들이 모이는 전체 다모임, 학년별 스몰스쿨 다모임, 주제별 전학공 등 부족한 것들은 모임을 통해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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