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택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아이고! 어떤 놈인지 몰라도 혼쭐 나겠는걸?’ 아들이 참가하는 모 초등학교 주말 스포츠클럽이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운동장에 있는 축구공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지난주에도, 이번 주에도 운동장에 덩그러니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놀이시간이 끝나고 못 챙기고 놔둔 축구공은 학급 물품을 소홀했다는 이유로 반 전체 기합의 원인이 되었다. 학생시절 뿐이었겠는가. 전투체육 후에 연병장에 놔둔 축구공 때문에 나의 분대장 김 병장님은 밤에 완전군장을 한 채 연병장을 돌아야 했다. 거친 김 병장의 숨소리를 듣고만 있던 후임병들은 그날 밤 축구공을 어찌 평생 잊겠는가. 그래서 그랬을까? 운동장에 남겨진 축구공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교사시절에도 운동장에 남겨진 축구공을 볼 때면 나는 예전 선생님처럼 학생을 다그쳤었고, 축구공을 잘 챙겼는지 확인하는 것은 담임의 역할이기도 했다. 늘 그렇게 신경 쓰이게 했던 축구공을 향해 달려간 아들이 공을 나에게 차준 덕분에 축구공의 주인을 알게 되었다.

‘교장실’. 항상 나를 신경 쓰이게 했던 운동장에 있던 두 세개의 축구공의 주인이 바로 교장 선생님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이 언제든지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할 수 있도록 축구공을 운동장에 놓았던 것이 내 신경을 그렇게 건드렸던 것이다. 후에 교장 선생님께 여쭤보니, 아이들이 공을 찾으러 교장실에 오는 수고를 덜고 언제든 운동장에서 놀 수 있도록 축구공을 놓았고, 분실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공지능(AI)이 미래 교육의 대세이다. 과학, 교육, 산업, 국방뿐만 아니라 의료까지 인터넷 검색창에 AI 두 글자만 입력하면 온갖 분야의 AI 관련 정보들이 나열된다. 교육에서도 AI를 바라보며 우려보다는 기대가 큰 것 같다. 대학에서도 AI 인력 양성을 위한 학과 개설을 서두르고 있고, 정부 주도로 AI 기반 교육을 개발하고 있다.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분석·진단 및 학습방식을 설계해준 것을 학습하는 것부터 미래에 AI를 주도할 역량 있는 인재로 성장하기까지, 어쩌면 지금 학생들은 벌써 AI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해외에서는 더 적극적인 것 같다. 중국은 AI 세계 1위 국가를 목표로 AI 시범 교육을 시작하였고, 일본은 AI교육을 의무화했다.

AI의 발전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한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하지만 AI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한들, 운동장에 아이들을 위해 축구공을 놓아주는 그 따뜻한 마음을 AI로 가능할 수 있겠는가. AI는 분실의 가능성으로 예전의 나와 같이 운동장에 남겨진 축구공의 주인을 질책하지 않을까? 어쩌면 AI시대에 우리가 더욱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을 위해 축구공을 놓아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지 않을까? 세종교육은 이달 출범 10주년을 맞고 또 민선 4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10년의 초석을 놓겠다’라고 했다. 세종교육의 새로운 10년, 아이들을 위해 축구공을 놓아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충분히 기대해 볼만도, 설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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