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대전문화재단 정책홍보팀 과장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의 존재에 대해 크게 부정하지도 않는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날씨, 조수 간만의 차 등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이처럼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생태계 먹이사슬이나 암수 성비, 생로병사 또한 ‘신이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신기한 현상들이다.

선사시대 이전부터 여러 민족들이 각자의 세계를 창조한 신화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나 유명한 성경 창세기는 우주 만물의 시작과 기원을 설명하며 시작된다. 하늘의 신 제우스를 비롯한 그리스의 신들, 파괴의 신 시바와 힌두교 신들, 단군 신화에 환웅과 함께 등장하는 바람, 구름, 비를 다스리는 사람 등 조상들은 불가사의한 세상의 흐름을 신격화하며 이해한 듯하다.

예술도 신의 창조와 함께 출현했다. 음악, 무용, 미술은 신을 숭배하기 위해 활용되어왔다. 음악과 춤으로 정령을 부르고, 미술로 신을 시각화 해왔다. 신이 우주 창조를 했다는 것은 확실치 않지만, 신이 예술을 창조한 것은 확실하다.

신의 유무를 떠나 자연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먹이사슬이 깨져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회복되어왔다. 최근에 들어서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개입으로 녹아가는 북극해 빙하, 엘리뇨와 라니냐 등 이상기후 현상은 심각해지고 있다. 인간의 발생시킨 변화들로 자연 생태계 또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 생태계는 어떨까?

생활예술과 전문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코로나로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돼 버렸다. 정부와 지자체, 문화재단은 창작준비금지원사업, 재난지원 기초창작 활동비 지원, 공연장생태계회복지원, 예술인심리상담지원 등으로 예술계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직접 물고기를 주는 대신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문화예술계 지원형태도 바꿔볼 필요가 있다. 현재 재단에서 운영되는 대부분의 사업은 예술인들에게 직접사업비 일부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최소한의 조건만으로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한다. 위수탁, 용역사업 등 예술을 통해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을 지원하고 스스로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도록 해보면 어떨까? 자생력 있는 예술단체들이 건강한 예술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 필요하다.

학생문화예술관람료지원사업, 문화누리카드를 통한 예술관람사업, 들썩들썩인 대전, 지역명소 상설공연 등은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하는 사업들이다. 물론 소극장이나 갤러리를 찾아간다면 두말할 것 없이 좋겠지만, 우선 재단 사업을 통해서라도 문화예술 나들이를 시작해보자.

신이 자연 생태계를 지켰다면, 우리가 예술 생태계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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