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의 주봉(主峰)… 세종 전경 한 눈에
고려 장수 한희유 역전으로 몽공 합단적 섬멸
임진왜란 당시 치열한 전투… 수많은 희생자도 나와

원수산 전경. 세종시 제공
원수산 전경. 세종시 제공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차령산맥의 정기를 이어받은 원수산은 세종시민들에게 휴식과 전망을 제공하는 명산이다.

원수산은 우수한 자연환경을 살린 등산로와 둘레길, 묵은 논을 활용한 습지생태원, 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한 규모의 산악자전거(MTB)공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시민들의 대표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높이는 251m로 세종 신도시의 도시 계획상 중심이 되는 산이다.

높이는 낮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조망이 좋다.

정상에서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 용이 승천하는 모양을 형상화해 설계한 정부청사가 더욱 한눈에 들어오고, 시야를 한층 더 넓히면 세종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세종시의 주산인 원수산은 청와대 입지와 국무총리 공관을 품고 있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원수산 중턱에는 국무총리 공관이 있고, 원수산 밑에 청와대처럼 대통령 집무실, 비서동에 관저까지 지을 수 있는 부지도 있다.

산을 중심으로 왼쪽엔 전월산이, 오른쪽엔 성래봉이 자리 잡고 있으며 앞쪽엔 금강이 흐른다.

원수산은 오래된 지명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원수산(元帥山)은 현 남쪽 5리에 있다"라는 내용이 있다. 『여지도서』(연기)에는 "줄기가 공주 무성산에서 뻗어 온다"고 수록돼 있다.

왼수봉, 왼수산, 원사봉(元師峰)이라고도 불렸다.

형제봉(兄弟峯), 작은형제봉, 큰형제봉, 부모산(父母山)이라고도 불렸고, 붓의 모양과 같다고 해 '문필봉'이라고도 불린다.

『고려사절요』에 수록된 연기대첩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제2의 전투지로 원수산이 확인됨에 따라 이 지명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원수산은 원래 산의 모습이 뾰족한 붓끝같이 생겼다 해 문필봉이라 불렀는데, 연기대첩 이후 이곳을 원수산(元帥山)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원수산 등산로. 세종시 제공
원수산 등산로. 세종시 제공

◆ 역사적 인물 및 사건

고려 충렬왕 17년 1291년에 몽고 합단적(哈丹賊)이 원(元)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원의 관군에 쫓겨 남하해 고려를 침범해 왔다.

연서면 쌍전리에서 1차 전투해 대패한 합단적이 금강을 건너 도망갔다.

그러나 당시 고려 장수 한희유는 합단적이 다시 원수산으로 쳐들어올 것이라 예견했다.

산을 고려 군사가 지키고 있다가 전투에서 좌익군 만호 한희유 장군의 역전으로 몽골 합단적을 섬멸했다.

당시 장수 한희유가 지휘해 해당 산을 원수산이라 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 군사가 산에서 진을 치고 있는데 왜군들이 마침 쳐들어와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우리 군사들이 적에게 산을 빼앗기게 되고, 그때 시신에서 흐르는 피가 피바다를 이루며 산에 골짜기가 생겼으나 왜군에게 그 원한을 갚지 못했다고 해 원수산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원수산 초입에 있는 덕성서원 입도문. 세종시 제공
원수산 초입에 있는 덕성서원 입도문. 세종시 제공

◆ 문화유산

원수산 초입에는 덕성서원이 있다.

2014년 9월 30일에 세종시 향토 유적 제40호로 지정됐다.

덕성서원은 세종시 연기면에 있는 개항기 임헌회를 추모하기 위해 창건했다.

덕성서원 인근에는 약 2만㎡ 규모의 습지생태원이 펼쳐진다.

산골짜기에 있던 묵은 논에 수생식물습지, 건생습지, 둠벙 등 다양한 습지 환경을 조성한 곳으로 습지 위를 가로지르는 관찰데크에서 자연생태 체험 및 학습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이곳에서 열린 ‘2017 바이오블리츠 세종’에서는 네발나비, 노랑어리연 등 식물 243종과 곤충 58종, 양서류 5종, 파충류 3종이 관찰됐다. 여기에 지난 3월에는 습지생태원 인근에 세종시의 첫 유아숲체험원인 파랑새 유아숲체험원도 정식 개장해 아이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꾸며 나무마다 걸어놓은 새집들을 구경하며 조금 더 산을 오르면 모험 놀이터가 있는 달메뜰 근린공원을 만난다.

나무집과 나무집 사이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흔들다리와 미끄럼틀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원수산 정상석. 세종시 제공
원수산 정상석. 세종시 제공

◆ 설화

원수산 봉우리 중 '형제봉' 이야기도 있다.

세종시(연기군) '향토지리지'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에 두 형제가 근동에서 제일가는 부자로 살면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주인이 사이가 좋지 않으니 하인들까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느 날 작은 집 하인과 큰 집 하인이 길거리에서 싸움이 붙었는데, 하인들까지 참가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곡괭이, 몽둥이 등이 등장하더니 마을이 마치 전쟁터처럼 치열한 전투장으로 변했다.

두 형제의 싸움에서 아우 집이 이겼고, 형은 아우와 매일 이렇게 살아갈 수 없음을 느끼고 이곳을 떠났다.

그때 형과 아우는 마을 뒷산의 산봉우리가 되었는데, 둘 사이가 좋지 않아 이 산을 원수봉(왼수봉)이라 불렀다.

이런 이유로 종전에 원수산 아랫마을 사람들은 원수산이란 이름을 잘 쓰지 않았다고 한다.

원수산 산신제에 관한 설화도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옛날 원수산 아랫마을 사람들이 돌림병으로 죽어 갔다.

어느 날 지나가던 도인이 원수산 신령에게 산제를 지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마을에서는 제관을 선출해 산제를 지내니 신기하게 돌림병이 사라져 계속 산제를 지내 왔다고 한다.

원수산 산신제와 관련된 산제계 문서에 따르면 약 300년 전부터 산제를 지낸 것으로 확인된다.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면서 동네 사람들이 모두 외지로 이사 갔기 때문에 현재는 산제 지내는 날에 마을 주민 몇 명만 모인다.

원수산 숲놀이터. 세종시 제공
원수산 숲놀이터. 세종시 제공

◆ 등산코스

1 코스 : 덕성서원 - 원수산 정상 - 습지생태원 - 성재봉 - 정부청사 쪽 입구(세종소방서) (4.1km, 2시간)

2 코스 : 덕성서원 - 대덕사 - 습지생태원 - 원수산 정상 - 덕성서원 (3.4km, 1시간)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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