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상 청주시체육회 사무국장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곳 고향. 그래서 어머니 품속 같다는 얘기도 많이들 한다. 고향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 든 곳이라 한다. 또한 고향을 연상하면 주로 정겨운 시골을 떠올리기도 한다.

새해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반년이 후딱 지나 벌써 7월이다. 그간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다. 선거 때마다 얘기되는 것이 후보자의 지역연고가 어디냐가 화두로 떠오른다. 충청의 아들·사위, 영남의 아들·사위 등 선거 때만 되면 고향 연고도 많아진다. 표를 먹고사는 출마자들 입장에서는 한 표라도 더 가져가기 위한 간절한 선거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아직도 장년층 이상에서는 향우회, 동문회 등 다수가 지역연고에 따른 동질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향수를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고향 가는 길은 언제나 마음이 가볍고 신이난다. 지금이야 도로사정이 훌륭해 차량을 이용하면 금방이지만 어릴 적에는 읍내 오일장에 가려해도 야산을 넘어 구불구불 먼지 나는 비포장도로를 한참을 걸어서 다녔다.

봄이면 파릇파릇 연두 빛을 시작으로 버드나무가 먼저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이즈음이면 가지를 꺾어 비틀면 나무와 껍질 부분이 분리되어 호드기(버들피리)를 만들기에 딱 이다. 나무의 굵기에 따라서 음이 달라지니 여럿이 만들어서 불면 호드기의 합주가 된다. 또 보리와 밀을 파종하여 어느 정도 자라면 잡풀을 뽑아줘야 하는데 이때는 보리 밀과 잡풀을 구분하기 어려운 시기라 애꿎은 보리 밀 싹을 뽑아 꾸중을 들은 적도 많다. 밀 싹을 꺾어서 풀피리도 만들고 밀을 완전히 익기 전에 모닥불에 구워 손바닥으로 비벼 호호불어서 먹는 맛은 배고픈 시절 간식으로도 일품이다.

요즘같이 장마철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그물 대용으로 곡식을 가르는데 사용하는 얼기미(어레미) 체를 들고 개울가에 나가 송사리, 미꾸라지, 붕어 등을 많이 잡아 매운탕을 끓여 영양보충을 하던 추억. 또 한여름 밤 마당에 멍석을 펴고 도란도란. 모기를 쫓기 위해 풀 따위를 태워 연기를 내는 모깃불에 관한 추억도 새록새록 이다

부모님은 고령이심에도 고향을 지키며 농사일에 열중이시다. 그런데 올 농사는 극심한 가뭄 탓에 꽤나 힘드신 모양이다. 농사일이 두 배는 힘들다고 하신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가서 뵙지도 못하고 농사일도 못 도와 드려 죄송할 뿐이다. 그러나 마음은 노심초사 늘 고향집에 머물러 있다. 건강히 오래오래 사시길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참으로 고마울 뿐이다.

지금은 고향마을 주변이 산업단지 개발로 천지개벽을 했지만 어릴 적 고향마을은 전기가 없던 시절이라 해가지면 캄캄한 적막강산이다. 귀한 손전등이라도 하나 있으면 인기가 그만이었다. 그래도 몇 십 년이 흘러 강산은 많이 변했어도 내 고향, 고향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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