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낙선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자리 정한 뒤에 점심 그릇 열어놓고 보리 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뒤에 맑은 바람 배부르니 낮잠이 맛있구나. 농부야 근심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여름을 노래한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6월령의 한 구절이다. 음력 6월, 즉 양력 7월은 농사일이 가장 고될 때다. 그럼에도 농가월령가 6월령에는 농촌의 아름다움이 넉넉하게 배어 있다. 도시 사람들이 꿈꾸는 전원의 삶이 바로 이런 모습일지 모르겠다.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것처럼, 매년 7월 7일은 도시와 농촌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도농교류의 날’이다. ‘도농교류의 날’은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촉진하여 농촌의 사회적, 경제적 활력을 증진시키고 도시민의 농촌생활에 대한 체험과 휴양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도농 간 균형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를 떠나 농업에 뛰어들거나 농촌지역으로 거주를 옮긴 귀농·귀촌인은 모두 51만 5434명으로 관련 통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는 팍팍한 일상생활과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여파, 부동산 가격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도시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자연과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3년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가 서서히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여름철 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해외여행 길도 다시 열렸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인플레이션과 높아진 항공권 가격에 선뜻 가방을 싸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 할 때 필자는 코로나로 지친 올여름 농촌의 푸근함과 함께 고요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농촌여행을 추천한다.

농촌여행은 도시민에게는 체험, 휴식, 휴양 공간을 제공하고, 농촌주민에게는 농외소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의 북적임보다 한적함을 즐기며 과일 수확, 동물 먹이주기, 계곡 물놀이, 모닥불 캠프파이어 등 농산물 수확 체험부터 별자리 체험까지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의 경관과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정주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여행객들의 관광 소비가 늘어나면 지역경제 침체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역인구가 1명 줄어도 연간 숙박여행객 18명과 당일여행객 55명이 지역을 찾으면 인구감소 대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휴가는 피서객들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농촌을 찾아보자.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이지만 우리 농촌은 분명 힐링을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휴가지가 될 것이다. 도농교류의 날을 맞아 농촌여행이 도시민에게는 휴식과 교육의 장을, 농촌에는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의 길이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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