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국회의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는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검토되다가 지역 대학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무총리가 수도권과 지방의 정원을 동시에 증원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는 온도차가 극명하다. 현재 비수도권대 반도체학과는 총 8곳인데 지난해 정시모집 결과 3곳은 미달이었고 계약학과가 아닌 한 국립대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정원을 동시에 증원해도 결국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니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식은 근시안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반도체 학과를 나온 사람만 반도체 인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인력이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 부족한지, 어떤 직무 훈련을 시켜야 하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땜질식 처방은 종국에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필자가 지난달 개최한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 이대로 괜찮은가·’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에 따르면 2020년 조사 결과 반도체 부족 인력은 약 1,500명 정도로 이 중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부족률은 0.5% 수준(부족 인원 528명)이었지만 3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부족률이 3.2%(부족 인원 374명)였다.

흔히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고급 인력만을 떠올리지만 공정에 따라 초급 - 중급·고급으로 필요 인력 분야가 나눠져 있어 각각의 밸런스가 맞아야 산업 생태계가 유지된다.

비단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첨단산업 분야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AI, 소프트웨어 등 다른 산업도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첨단산업 분야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처방을 마련함에 있어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지역 균형 발전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산업 분야가 그렇듯 첨단산업도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 인력을 양성해도 종국에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공동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산업의 수도권 밀집으로 운영비도 증가하고 환경 인프라도 부족해지면서 산업 경쟁력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지역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필자가 제안하여 사업화된 지역혁신플랫폼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수요기업-지자체-대학으로 구성된 사회적 계약학과 운영도 한 방안이다.

첨단산업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각 산업별로 공정과 단계에 맞는 인력 수요를 파악하고 해당 인력들을 지자체와 기업, 대학이 함께 육성하며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취직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산업 자체를 지역으로 옮겨서 지자체와 기업, 대학이 함께 인력 육성 방안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지역도 살고 산업도 성장하며 양질의 인재도 확보되는 3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머리를 맞대고 각 지자체장들과 협력하여 인력 양성 시스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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