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충주중학교 과학교사

현재 교단에 서 있는 물리학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흥미를 일으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교단에 처음 올라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최대한 학생들 관점에서 어렵지 않게 설명도 해보고, 학교에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실험도 해보고, 학교 주변 대학 및 기관과 연계해 체험활동도 해보지만, 물리학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학생들이 물리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 ‘물리는 내용을 이해하기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물리학은 어디에 써먹어요?’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그러던 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청주에 2024년부터 방사광가속기를 착공해 2027년에 완공한다는 것을 듣게 됐다. 이는 물리학 교사로서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물리학이라는 과목은 ‘물포자(물리 포기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과학 중 기피 1순위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 탐구 응시자 중 과목별 응시자 비율을 보면, 상대적으로 교과 내용이 쉬운 지구과학Ⅰ, 생명과학Ⅰ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고등학교 생활을 되돌아보면 물리학 문제를 봤을 때, ‘이게 물리 과목이야 수학 과목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리학 이론을 토대로 계산을 하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흔히 이공계열 학생이라고 하면 수학 영역에 흥미를 느끼고 수학 문제에 답을 찾는 게 재밌는 학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학생을 극히 소수이며, 대부분의 이공계열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로 돼있다. 물론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난이도가 조정되고 이해도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지만 아직 물리학은 어려운 과목이라는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에 필자는 ‘물리학은 어렵고 쓸데없는 과목이다’라는 인식을 ‘물리학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우리 실생활에 꼭 필요한 과목이다’라는 생각으로 변화시키고자 방사광가속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고 생각했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의속도에 가깝게 운동하는 고에너지의 전자 또는 양성자가 자기장 속에서 힘을 받아 운동 궤도가 휘어질 때 방출되는 강력한 전자기파인 방사광(Synchrotron Radiation)을 만들어내는 장치이다. 이 방사광은 기초과학 분야뿐 아니라 의학, 산업체를 포함한 여러 응용 분야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의 원리를 보면 물리학에서 대표적으로 학습하는 광학, 전자기학, 고전역학 등 다양한 내용이 적용돼 있다. 물론 방사광가속기 자체의 원리를 중, 고등학생들이 이해하고 현재 교육과정에 넣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빛의 성질과 종류, 로런츠(Lorentz) 힘, 가속도 운동 등 현재 교육과정에서 알 수 있는 개념으로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다면 학생들은 ‘물리학 내용이 이런 분야에도 사용되는구나.’라는 형태로 물리학 개념에 조금이나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방사광가속기는 반도체 특성 분석, 자성물질 물성 분리, 거대분자 소자 특성 분석과 같은 전자 산업(IT) 분야, 나노 구조체 분석, 나노 소자 구조 규명과 같은 첨단 신소재(NT) 분야, 질환 단백질 구조 분석, 바이러스 구조 분석, 돌연변이 기술과 같은 첨단 신약, 의료(BT)분야와 같이 순수과학 분야 이외에 여러 분야에 사용되고 있고, 우리 실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학생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경험한다면 과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외워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학습하는 것이 아닌 미래 과학 및 기술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이를 배우면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했지만 아직 과학이 재미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학습하는 학생들이 많다. 교사들은 과거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다양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 및 호기심을 깨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좀 더 나아가 방사광가속기와 같은 첨단기술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더 많은 학생이 과학에 흥미를 갖고 학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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