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교·대전본사 취재2팀 교육문화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국가균형발전에 매우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봅니다. 인구와 기능의 집중을 넘어 국가 통합과 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게 자명합니다."

2019년 2월 국내 최초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가 결정되자 양승조 당시 충남지사가 내놓은 지적이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마련된 수도권 공장총량제까지 밟고 올라서면서 경기 용인 유치를 결정했다. 수도권정비위원회를 통해 특별 물량 공급을 추진했고 그 결과 미래먹거리산업의 핵심 기반은 또다시 수도권에 돌아갔다.

지방균형발전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충남 천안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철회’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 당시의 일이다. 한동안 민심이 들끓었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야 문제로 비화해 책임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이미 수도권에 국민 절반을 비롯해 대기업과 각종 산업 인프라가 집중된 데다가 국가 백년대계를 책임질 미래산업의 기반 역시 넘어간 상황이었지만 싱겁게 막을 내렸다. 마치 혁신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방 이전을 약속받은 대신 신산업을 수도권에 양보한 형국이었다.

그러나 신산업의 수도권 집중화가 머지않은 미래 더 큰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이유로 정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려가 일고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학의 반도체학과 정원을 증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학과 기업 간 계약학과 확대 등도 거론되면서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기업이 없으니 매년 채용을 조건으로 한 계약학과를 만들 수도 없는 게 당연하다." 지역의 한 산합혁련단 관계자의 토로다. 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에서는 남 일이 돼버린 지 오래다. 반도체 인력을 지역에서 양성한 들 어디로 가겠는가. 관련 산업이 집중된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두고 시장 논리로 인해 지방의 산업 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균형발전을 천명한 정부는 빗장을 풀기 전 먼 미래에 닥칠 상황을 고려했어야 한다. 그러나 매 정권마다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은 반복됐고 지방이 처한 구슬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