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구산 전경. 충북 층평군 제공
좌구산 전경. 충북 증평군 제공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좌구산(座龜山)은 해발 657.4m로 증평군 산 중에서 최고봉(最高峰)이다. 이 산은 증평군·청주시·괴산군 등 3개 지역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좌구산은 증평군의 동쪽과 북쪽을 에워싼 까막산 줄기(칠보산·보강산·백마산·종지봉·두타산)의 거봉(巨峰)이다. 보강천의 지류인 삼기천, 청안천이 이곳 좌구산에서 발원한다. 이 산과 관련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여지도서 제3편 352 지명 미암리에서 본 두타산 전경 제2장 강·산 이름의 유래 353 (輿地圖書)』, 『대동지지(大東地志)』, 『충청도읍지(忠淸道邑誌』, 『호서읍지(湖西邑誌)』에 기록돼있다. 즉 좌구산(坐龜山)은 청안현청(淸安縣廳) 남쪽 10리에 있으며, 청주와 경계를 이룬다고 기록돼있다. 이 산의 정상에서 서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인 망월대(望月山: 해발 459m, 일명 망탑봉望塔峰)에서 올려다보면 산의 모형이 거북이처럼 생겼다고 해 한자표기로 앉을 좌(坐), 거북 구(龜) 자를 써서 좌구산(坐龜山)이라고도 부른다. 또한 개 구(狗) 자를 써서 좌구산(座狗山)이라고 한다. 현재 발행되고 있는 『1:50,000 지형도』에서는 '좌구산(座龜山)'이라는 한자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한남금북정맥을 이루는 이룬 주요 산 중의 하나다. 한남금북정맥은 백두대간의 속리산(俗離山) 천왕봉에서 갈라져 나와 충북 북부를 동서로 가르며 안성의 칠장산(七長山, 492m)까지 이어져 한강과 금강의 분수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 산줄기는 동쪽의 괴산·음성·충주 등 중원의 남한강 지역과 서쪽의 보은·청주·증평·진천 등 금강 북부지역의 생활 문화권을 가름했다. 좌구산은 나라의 대사를 밀의(密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산이요, 옛 조상의 피난처로 유서 깊은 명산이며, 지금의 좌구산 계곡은 여름철에 맑고 깨끗한 물과 시원한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조용한 피서지로서 증평군의 보배다.

◆ 역사적 인물 및 사건

조선 광해군(光海君) 때 정3품인 병조참지(兵曹參知)를 지냈던 김치(金緻:1577∼1625 충무공 진주목사 김시민의 양아들)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점술(占術)과 천문(天文)에 능한 김치는 광해군(光海君)의 학정이 날로 심해질 즈음 신변의 위협을 느껴 자신의 관상을 보니 이듬해인 인조반정의 해(1623년)에 죽게 되는지라 사직하고 좌구산 밑의 율리 마을에서 은둔생활을 했다. 이때 한양의 심기원, 최명길 등과 내통해 인조(능양군)반정을 밀의했다. 어느 날 심기원이 찾아와 능양군(仁祖)의 사주와 반정(反正)을 일으킨 일자를 점쳐 달라고 했다. 이에 김치는 물치 폭포에 가서 목욕재계하고 점을 쳐보니 능양군(仁祖)이 임금 될 괘인지라, 반정 일자를 천파일(天破日)로 정해 주고 반정 밀담을 나눈 뒤 일행들과 함께 깊은 잠에 빠졌다. 이때 한밤중에도 동편 좌구산에서 개가 세 번이나 크게 짖어대므로 잠에서 깨어 누가 염탐하러 온 것을 알고 그곳을 즉시 피해 무사했다. 그 후 김치는 이 산을 거북 구(龜)자 좌구산(座龜山)이 아니라 개가 짖음으로 사람을 구하고 나라의 큰일에 성공할 수 있게 해 준 명산(名山)이니 개 구(狗) 자를 쓴 좌구산(座狗山)이라고 불리게 됐다.

증평 김득신 묘소. 충북 증평군 제공
증평 김득신 묘소. 충북 증평군 제공

◆ 문화유산

좌구산에서는 직접적으로 얽힌 유적과 유물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좌구산이 자리한 인근 율리 뱀티마을 뒷산에는 증평지역 대표 인물인 백곡 김득신(金得臣 1604~1684)의 묘가 있다. 김득신은 한문 4대가 중 한 사람인 이식(李植 1584~1647)으로부터 ‘당대 문단의 제1인자’라는 평가받으며 시명(詩名)을 떨친 인물이다. 김득신의 묘는 2004년 4월 30일 증평군 향토 유적 제6호로 지정됐다. 이후 2014년 1월 3일 충청북도 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됐다. 봉분의 높이는 1.6m, 둘레는 20m이며, 묘 앞으로 1688년(숙종 14) 세운 묘비를 비롯해 상석향로석·동자석·망주석이 놓여 있다. 묘비에 새겨진 글은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글씨에 능했던 유재 이현석(李玄錫 1647~1703)이 짓고, 글씨는 김득신의 9촌 조카인 김봉지(金鳳至)가 쓴 것으로 원문은 김득신의 문집인 『백곡집 柏谷集』 부록에도 나와 있다. 김득신의 묘 바로 위에는 아버지 김치(金緻)의 묘가 있다. 이와 함께 율리 점촌마을 인근에 조선 후기 철화백자를 생산하던 도요지 유적이 있다. 율리 도요지(栗里 陶窯址)는 증평읍에서 503번 지방도를 따라 6㎞ 정도 들어가 율리 저수지를 지나 밤티마을에서 더욱 위쪽으로 올라가면 점촌마을이 있고, 외봉마을로 이어지는 소로길을 따라 약 600m 정도 올라가면 작은 다리가 있다. 여기에서 소하천 서쪽의 경작지를 따라 약 100m 정도 올라가면 큰 밭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밭으로 경작돼 도요지의 윤곽은 파악하기 힘든데 불에 탄 흙과 칼과 채찍들이 흩어지어 있다. 여기에서 발견되는 도편(陶片)들은 철화백자 편들로 백색의 유조를 보이는 대접과 지름 4.5㎝의 원을 긋고, 그 안에 ‘복(福)’ 명을 새긴 칼과 채찍 등도 출토됐으며, 바닥의 접지 부에는 모래 받침 흔적이 많이 남아 있고, 역삼각형굽이 많다. 율리의 ‘점촌’ 마을은 이 도요지가 있었던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기점과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

좌구산 명상구름다리. 충북 증평군 제공
좌구산 명상구름다리. 충북 증평군 제공

◆ 대표 관광자원

좌구산과 얽힌 전설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좌구산은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춘 산으로써 좌구산을 중심으로 한 9경이 조성돼 있다. 좌구산 9경으로는 제1경 명상구름다리, 2경 삼기저수지 등잔길, 3경 숲하늘둘레길, 4경 별천지공원, 5경 좌구산(정상), 6경 좌구산천문대, 7경 좌구정, 8경 바람소리길, 9경 김득신 묘소가 있다. 제1경 명상구름다리는 총길이 230m, 최고 높이 50m로 2017년 7월 개장했다. 100m 길이의 출렁다리 구간을 지나며 느끼는 아찔함과 좌구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2경 삼기저수지 등잔길은 삼기저수지 일원에 총 3km 길이로 조성된 수변 산책로다. 생태공원에서 걷기 시작해 삼기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목재 탐방데크가 수면 위로 지나가게 돼 있어 좌구산의 4계절 등 다양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좌구산의 산책로. 충북 증평군 제공
좌구산의 산책로. 충북 증평군 제공

3경 숲하늘둘레길은 좌구산 휴양림 기존 산책로와 명상구름다리를 활용한 코스로, 휠체어를 타고도 다닐 수 있도록 총 4㎞ 길이로 조성했다. 4경 별천지공원은 천문대(별)의 이미지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청정한 이미지(천지)를 합성한 이름으로 2014년 개장했다. 공원 내에 다양한 숲 체험활동과 주민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될 별천지 숲 인성학교 개관을 앞두고 있다. 5경 좌구산(정상)에서는 삼기저수지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356mm 굴절망원경이 설치된 6경 좌구산천문대에서는 다른 망원경으로 볼 수 없는 천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또 밤하늘의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천체투영실과 천체관측 및 천체 사진 촬영을 위한 다양한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 7경 좌구정은 상춘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명소다. 좌구정에서는 삼기저수지와 주변에 핀 알록달록한 봄꽃을 봄 내음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8경 바람소리길은 총거리 3.8km 조성된 경사 기복이 심하지 않은 가벼운 트래킹 장소다. 9경 김득신 봉문 앞에는 상석과 묘비석, 동자석이 놓여있다.

좌구산 전경. 충북 증평군 제공
좌구산 전경. 충북 증평군 제공

◆ 추천코스

1 코스 : 좌구산천문대 주차장 - 제1쉼터 - 제2쉼터 - 좌구산 정상 (총 4.17km, 1시간 27분 소요)

2 코스 : 좌구산천문대 - 연리지길 - 칼춤바위 - 좌구산 정상 (총 5.4km, 2시간 소요)

3 코스 : 좌구산천문대 - 제1쉼터 - 제2쉼터 - 좌구산 정상 - 동맥이지게골 - 전망대 - 별무리하우스 - 좌구산천문대 (총 7.7km, 2시간 50분 소요)

4 코스 : 좌구산줄타기매표소 - 명상구름다리 - 거북바위정원 - 자작나무치유숲-좌구산천문대-좌구산 정상-병영체험장-좌구산매표소 (총 8km, 3시간 25분 소요)

5 코스 : 밤고개 - 좌구정 (총 2.78km, 1시간 15분 소요)

6 코스 : 밤고개 - 초정고개 (총 7km, 2시간 33분 소요)

7 코스 : 밤고개 - 초정약수 (총 6.47km, 2시간 20분 소요)

8 코스 : 밤고개 - 이티봉 (총 5.92km, 2시간 10소요)

9 코스 : 밤고개 - 좌구산 정상 (총 2.7km, 1시간 5분 소요)

10 코스 : 밤고개 - 질마재 (총 5.5km, 1시간 55분 소요)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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