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서원대학교 융복합대학 교수

민선 8기 단체장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이들이 앞으로 지자체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가 크다.

당선 후 인수위를 운영하면서 조직의 인적, 물적 자원과 주요 업무 그리고 문제 사업을 파악하느라 분주하였으리라. 또한,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과 예산을 배분하느라 고민하였으리라. 그런데 어느 조직이든 성공하려면 먼저 명확한 비전 제시가 있어야 한다. 성공하는 단체장이 되는 첫걸음 또한 같다.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없는 리더의 기본 임무이다.

리더는 시민과 조직원에게 그가 꿈꾸는 도시의 미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함께 가자고 하여야 한다. 사람은 자기의 행동 이유를 알 때 스스로 움직이며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전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우선 비전은 매력적이고 가슴 뛰어야 한다. 애매하고 모호한 미사여구나 단순한 숫자 나열만으로는 가슴이 뛰지 않는다. 비전은 단순한 꿈이나 목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전에는 조직의 존재 이유가 담겨야 하고,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열정과 소망이 담겨 있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선택의 방향등이 되어야 한다.

비전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미션이 조직의 존재 이유, 존재 가치를 포괄적으로 말한다면, 비전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가시적인 목표로 전략 수립의 기본이 된다. 비전이 모호한 조직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것과 같다. 리더가 아무리 빨리 가라고 재촉해도 방향을 모르면 우왕좌왕하게 된다. 비전은 외부에 전시하는 용도보다는 내부 지향적이어야 한다.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담겨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부터가 중요하다. 구성원이 참여하여 같이 만들고 공감할 때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으며, 조직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지자체의 비전은 공무원은 물론 시민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야 한다.

만들어진 비전은 조직원이 공감하고 공유하여야 한다. 조직원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이 되려면 비전의 공유가 필수다. 하나의 팀으로 각자의 일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교육하고 소통해야 실행할 때 의사결정이 빠르고 비용이 절감되며 권한 위임이 가능하다. 조직의 목표 달성에 자기의 일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 때 더 큰 열정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비전은 보통 슬로건으로 표현된다.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한 줄 정도로 강렬하게 표현되는데, 좋은 예가 1970년대 힘든 시절의 ‘100억불 수출, 1000불 소득’이다. 구체적인 숫자와 ‘수출과 소득’이라는 명확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것만 달성한다면 잘사는 국가가 되리라는 믿음을 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 비전을 조기에 달성하면서 선진국으로 향하는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배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 전에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하라!" ‘어린 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정말 멋진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면, 먼저 조직원과 시민들에게 함께 만들어 갈 멋진 도시를 꿈꾸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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