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훈 충남연구원장

정책은 잘됐는데 언론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할 때가 많다. 결과가 좋으면 정책이 좋아서이고 잘못되면 홍보 탓이다. 어떤 기관에서는 ‘나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고 언론 보도는 따로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이런 인식이 조직 내 팽배해 있다면 홍보 또는 PR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홍보를 하부 집행 기능으로 생각하는 조직도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홍보의 제대로 된 기능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면 공보, 홍보, 소통이라는 단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미국에서 PR(Public Relations)이라는 용어가 나타난 지 100년이 지났다. 그간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기술적 환경 변화에 따라 PR의 패러다임은 역사적으로 변화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PR에 해당하는 적당한 단어가 없어 홍보라는 단어가 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공보, 소통, PR이라는 용어가 어떤 시대적 상황과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함께 쓰인다. 최근 PR의 영역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CSR이나 ESG 경영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홍보라는 단어에는 조직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PR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우리나라에서 공보는 통상 대언론 관계, 정보 제공에 한정된 개념으로 많이 쓰인다. 홍보는 PR에 해당하는 총칭적 개념 외에 홍보 기획을 강조할 때 더 자주 사용되며 과학적 조사에 바탕을 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홍보 활동에서 언론 관계의 비중이 높다. 언론의 의제설정(agenda setting) 기능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SNS 채널의 출현으로 기존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많이 약화 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의 주요 쟁점은 기성 언론이 생산해 내고 있다. 우리나라 홍보 역사에 있어서 1세대 패러다임에 해당하는 공보 활동이 여전히 중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홍보 활동의 단계가 여기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홍보 기획이 강화돼야 한다. 목표설정, 상황분석, 타겟 공중에 대한 이해, 메시지 전략, 실행 계획으로 이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홍보업무 전반에서 일상화돼야 한다. 최고 경영자의 주요 일정부터 이벤트, 그리고 주요 사업 계획의 기획 단계부터 홍보 계획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사전에 홍보 계획이 수립되고 목표가 설정되면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목표를 향해 일관된 모습을 가져야 한다. 이를 전략적 접근이라 한다. 조직을 둘러싼 환경과 공중에 대한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 홍보에 대한 철학이 조직의 일방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다면 공중과의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PR은 조직의 이익에만 충실한 것이 아니라, 여론 상황을 살피고 공중의 이익을 조직의 목표에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기능을 포함한다. 이제 7월 1일부터 민선 8기가 본격 시작된다. 민선 8기 충남 도정 전반에 홍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체감되길 기대한다. 공보, 홍보, 소통, PR 등 그 용어가 어떻든 도민의 마음을 읽어 내는 과학적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도정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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