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숭우 대전보건환경연구원장

때로는 실수가 위대한 발명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영국의 과학자 플레밍은 1928년 미생물을 배양하는 유리용기에 포도상구균을 배양하던 중 여름휴가를 갔다. 휴가를 다녀오니 포도상구균이 배양된 유리용기에 푸른색의 곰팡이가 자라 있었고 그 곰팡이 주위에는 포도상구균이 다 죽어 있었다. 균을 배양할 때에는 다른 이물질이나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게 유리용기 뚜껑을 닫아야 하는데, 실수로 뚜껑을 닫지 않아 푸른곰팡이가 자라 있었다. 이 곰팡이에서 나온 물질이 바로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었다.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현재 인구 수가 절반 이하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과학자가 실수로 운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시민의 건강과 쾌적한 환경 조성을 목표로 감염병, 식·의약품, 환경오염 및 가축전염병을 대상으로 시험검사, 연구 등을 실시하는 전문기관이다. 지난해 질병, 식품 및 환경오염물질 등 약 30만건 정도의 시험검사를 했다. 여러 가지 시스템을 통해 이런 실수를 방지하는 방법을 구축하고 있다. 그중 ‘숙련도 평가’와 ‘시험검사 품질관리 평가’가 중요하다.

숙련도 평가란 시험검사기관이 평가용 시료를 받고 시험검사 후 결과값을 제출하여 정답(참값)과 비교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원은 지난해 국가기관에서 실시한 숙련도 평가 4개 분야 14개 항목에 참가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식품분야는 보존료, 중금속, 오염물질 등, 의약품분야는 보존료, 위생용품분야는 포름알데히드, 축산물분야는 살충제였다. 결과는 전 항목 ‘양호’ 판정을 받아 측정분석 우수기관으로 인증받았다.

시험검사 품질관리 평가란 시험검사 모든 과정을 세밀하게 기록하여 정확성,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원은 지난해 시험검사 품질관리 평가에서 18개 분야 39개 항목을 평가받았다. 2014년 시험검사 품질관리 평가가 시작된 이후 올해까지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평가를 받았다.

최근 국제 수준의 시험검사기관을 위해 식·의약품 분야에 시험기관 국제표준규격(ISO 17025)을 추가해 평가 항목을 29개 분야 162개로 대폭 증가시켰다. ISO 17025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시험기관 적격성 요구사항(17025)으로써 국제 수준의 시험기관 자격요건 5가지(일반, 조직, 자원, 프로세스, 경영시스템 요구사항)를 정하고 있다. 경영책임자, 품질책임자, 기술책임자, 실무자를 지정한 후 다음 요구사항의 세부지침을 실행해야 한다. 일반 요구사항은 시험 수행 시 발생한 정보는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 기밀유지 등을 해야 한다. 조직요구사항은 법률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시험기관의 형태이어야 한다. 자원요구사항은 시험 시 측정되는 값이 국제측정표준과 일치하는지, 프로세스 요구사항은 시험방법 검증 등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영시스템 요구사항은 실수가 있는지 자체 점검하는 리스크 식별 등을 요구한다. 이번 ISO 17025 항목 도입으로, 식·의약품 분야 국제공인시험기관 도약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

발명이나 발견은 우연한 실수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시험검사에서 과학자의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국제 수준의 평가 항목(ISO 17025)을 적용하여 최고의 연구기관으로서 시민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연구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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