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문희 충북도의장
군사독재정권과 맹렬히 싸워
민주주의 발전에 일조… 보람
믿음 주기 위해 약속 지켜야

박문희 충북도의장
박문희 충북도의장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군사 독재정권과 맹렬히 싸웠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일조했다는 보람을 느낀다."

무려 46년이란 긴 세월 동안 정치 외길을 걷다가 의장직에서 내려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문희 11대 도의회 후반기 의장에게 ‘반세기 가까운 정치 인생에서 보람은 무엇이냐’고 묻자 되돌아온 대답이다. 박 의장은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웃음을 띄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박 의장은 "가장 큰 보람은 전두환 정권이 간선제를 폐지하고 직선제를 받아 들인다고 선언한 1987년 6·29 때였다"며 "최루탄을 맞으면서도 돌멩이를 던지며 싸웠는데 결국 민주화의 문을 여는 6·29 선언이 나왔다. 잊을 수 없는 희열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고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이 또한 보람으로 생각한다"면서 "당시 김 후보가 대선 출마를 결심한 이후 국회의원 30여명을 대동하고 미원 금관리(박 의장 고향)를 찾아서 내가 모셨다. 매운탕도 먹고 단합대회도 하고…. 김 후보가 대선 출마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 정치하던 사람들은 의리와 지조가 있었다"며 "그런데 요즘 정치판을 보면 수십 년간 한솥밥을 먹다가 한 순간에 저쪽 진영으로 건너가는데 개탄스럽다"고 했다.

‘정계 입문 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박 의장은 "고교 때인데 어느날 하교길에 청주기계공고 근처에서 마이크 소리가 나서 주위에 물어 봤더니 1971년 대선에 나선 김대중 후보가 연설을 한다고 하길래 운동장에 갔었다"며 "연설이 끝날 무렵 맨 앞줄에는 어느새 내가 앉아 있었다. 그 다음날부터 가방에 책이 아닌 후보 유인물을 담아 시내에 뿌리는 일을 했고 군대 제대 이후 1976년 민주통일당 김현수 지구당 위원장을 찾아가 정치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후회는 없냐’고 하자 "크게 후회되는 것은 없지만 가끔 가슴이 찡할 때가 있다"며 "아들의 기관지가 좋지 않은데 1980년대 최루탄 가스를 맞으며 숱하게 데모를 하고 집에 가는 날이 많았는데 그 최루탄 가스가 어린 아들의 기관지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의장은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 출마해라, 도의원 한번 더 출마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권유가 적잖았다"며 "지난번 의장 경선 때 6·1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언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이 도민과 시민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선 무엇보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정치 입문 후 민주당 외길만을 걸어왔기 때문에 이런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퇴임 이후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엔 "청주 상당 지역위원장 이자 원로로서 후배 정치인들을 키우는 일에 힘을 쏟겠다"며 "고향 미원에 부모 없는 아이들이 자연을 만끽하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아동복지 사업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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