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 전경. 충북 괴산군 제공
칠보산 전경. 충북 괴산군 제공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칠보산은 괴산군 칠성면 속리산 국립공원 쌍곡계곡 내에 소재하고 있는 산이다.

군자산과 더불어 쌍곡계곡을 대표하는 해발 778m의 칠보산은 아기자기하며 수려하다.

칠보산의 칠보(七寶)는 불교에서 말하는 일곱 가지 보배인 금, 은, 산호, 거저(바닷조개), 마노(석영), 파리(수정), 진주를 뜻하며 산자락의 7개 봉우리가 모두 보석같이 아름다운 산이란 뜻이 담겨있다.

칠보산은 전체가 암릉으로 이루어진 산세에 비해 산행 탐방로는 수월한 편이다.

쌍곡의 절말에서 바라보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험한 바위 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올라서 보면 길이 편하고 재미있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칠보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가장 많은 찾는 곳은 쌍곡계곡 중간지점의 떡바위다.

예전에는 동쪽의 각연사를 거치는 코스가 인기였지만 쌍곡구곡의 비경이 알려지며 쌍곡계곡 쪽으로 등산객들이 몰리고 있다.

쌍곡계곡에서부터 기암들 사이로 흐르는 투명한 물과 이 모두를 뒤덮은 울창한 숲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게 만든다.

문수천을 따르는 산책로에는 굴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같은 참나무 종류와 굵은 둥치의 소나무들이 주를 이루고 물푸레나무, 철쭉, 서어나무, 층층나무, 단풍나무 등 온갖 활엽수들은 그늘을 만들어 낸다.

청석재에서 정상을 지나 활목고개에 이르는 1.3km의 능선은 금강소나무와 ‘중절모바위’, ‘버선코바위’, ‘거북바위’ 등 온갖 형태의 기암과 어우러지며 저마다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들로 이뤄진 칠보산 정상은 그 풍광의 방점을 찍는 곳이다.

특히 군자산(948m)에서 남군자산(827m)을 지나 대야산(930.7m), 장성봉(915.3m)으로 이어지는 속리산국립공원의 북쪽 산들이 펼치는 장엄하고 멋들어진 조망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정상에서 활목고개로 내려서는 0.7km구간도 절경이다.

활목 고개에서 살구나무골을 만나기까지 1km 남짓의 내림 길도 다소 가파르지만, 금강송이 계속 이어지며 눈을 즐겁게 만든다.

날머리 전 쌍곡탐방지원센터 부근에 쌍곡구곡 중 제7곡인 쌍곡폭포가 있다.

너른 반석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마치 여인의 치마폭을 닮은 이 폭포는 그리 크지 않으나 산행의 피로를 풀어줄 만큼 시원함을 준다.

칠보산 쌍곡폭포. 충북 괴산군 제공
칠보산 쌍곡폭포. 충북 괴산군 제공

◆ 역사적 인물 및 사건

칠보산에 있는 각연사는 고려 초 승려인 통일 대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통일 대사는 신라 말 고려 초의 승려이다.

통일대사(通一大師)의 속성은 김씨(金氏)로 선조는 계림(鷄林) 사람이다.

통일대사는 고려 전기에 중국 유학을 다녀온 이로, 그가 왕실에서 불교의 교리를 강의하자 각지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대사가 입적하자 광종은 ‘통일대사’라는 시호를 내리고 당대의 문장가였던 김정언에게 비문을 짓도록 했다.

958년(광종 9) 통일대사의 제자 석총훈(釋聰訓), 석훈우(釋訓又) 등이 탑비를 건립했다.

괴산 각연사에는 통일대사의 비와 승탑인 괴산 각연사 통일대사 탑비와 괴산 각연사 통일대사 탑이 남아있다.

그러나 탑비는 마멸이 심하여 판독이 어려운 상태이다.

칠보산 아름다운 바위와 고사목. 충북 괴산군 제공
칠보산 아름다운 바위와 고사목. 충북 괴산군 제공

◆ 문화유산

▲ 각연사

산행으로도 멋진 칠보산 자락에 각연사를 창건한 것으로 구전되는 유일대사가 있지만 각연사 대웅전 상량문에 적힌 공식 기록으로는 통일대사가 918년에서 975년 사이에 창건했다고 한다. 그 통일대사와 관련된 보물이 칠보산과 보개산 자락에 천 년 이상의 세월을 지키며 자리하고 있다.

각연사에서 칠보산 방향으로 들어가면 말라버린 계곡을 지나 먼저 보이는 것은 좌측에 있는 부도탑 2구이다. 석종형 부도탑에는 선적당이라는 각자가 있어 조선시대 조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다시 계곡을 건너서 평탄한 길을 올라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측은 활목재, 우측은 청석재로 가는 갈림길인데 통일대사 문화재인 탑비와 탑에 관한 이정표도 별도로 있어 길 찾기는 수월하다.

넓은 터에 잘 조성된 멋진 탑비가 숲 사이에 보기 좋게 조성돼있다. 보물 제1295호인 각연사 통일대사 탑비는 귀부, 비신, 이수를 모두 갖춘 완성형 탑비이나 비신의 앞면에 새긴 명문은 윗부분만 약간 판독될 뿐 대부분이 마멸된 상태이지만 뒷면은 거의 다 판독이 되었다고 한다. 귀부는 화강암을 재료로 등에는 6각의 귀갑 문양이 새겨져 있고 귀갑문 안에는 별다른 문양을 넣지 않고 조각했다. 비석의 몸체인 비신을 받치는 받침대는 안상을 조각했고,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서로 보고 있는 이수는 아주 섬세한 조각이 뛰어나고 가치를 더 해주는 듯하다. 귀부의 머리와 비신 받침, 이수 등의 조각이 신라 하대로부터 고려 초에 걸쳐 세워진 탑비의 일반적 양식을 따랐다고 하며, 건립연대는 958년에서 960년 사이로 추정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탑비와 탑은 서로 가까운 거리에 세우는 데 보물 제1370호 통일대사 탑은 그 상식을 깨뜨리고 산의 8부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첫인상은 아담한 크기의 둥근 원당형 탑이라 엄격하거나 위압감 없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고려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하고 높이는 2.45m라고 하며, 세월의 무게로 탑 일부가 무너져 있던 것을 복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를 구성하는 부재 또한 완전하고 모습도 비교적 온전한 상태이다. 탑의 구성은 아래서부터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 순서로 구성되어 있고 전형적인 팔각원당형을 이룬다. 기단부는 이중 지대석 위에 하대석, 중대석, 상대석을 차례로 올렸고, 탑신부는 높이 44cm, 한 변 길이 16cm로 모서리 마다 기둥 모양(우주)을 조각했고 가운데는 문짝 모양을 조각해 놓았다. 탑신을 덮고 있는 두툼한 옥개석은 위에서부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내려오다가 끝에서 다시 치켜 올라가 U자 모양을 이뤄 미적 표현을 더한 거 같고 탑의 상륜부는 대부분 유실되고 작은 노반만 남아 있다.

▲ 쌍곡구곡

쌍곡구곡은 괴산에서 연풍 방향으로 12㎞ 지점의 칠성면 쌍곡마을로부터 제수리재에 이르는 10㎞가 넘는 구간이다.

제수리재에서 시작된 계곡과 칠보산과 정상봉에서 시작해 살구나무골 계곡으로 흐르는 물길이 절말에서 만나 달천강으로 흘러간다. 과거에는 쌍계리라 불리기도 했으며, 조선시대 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그 아름다움에 반해 즐겨 찾던 곳이다.

제1곡 호롱소, 제2곡 소금강, 제3곡 병암(떡바위), 제4곡 문수암, 제5곡 쌍벽, 제6곡 용소, 제7곡 쌍곡폭포, 제8곡 선녀탕, 제9곡 장암(마당바위)의 구곡으로 이루어져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주변의 보배산, 칠보산, 군자산, 비학산의 웅장한 산세와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바위 사이로 자라난 노송숲이 함께 조화를 이뤄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여 주며, 속리산국립공원 지역이라 보존을 위해 출입이 통제된 곳도 있다.

특히 제2곡인 소금강이 아주 유명한데, 이름 그대로 ‘작은 금강산’이란 뜻의 소금강은 이곳 말고도 여럿 있지만 쌍곡구곡의 소금강은 금강산의 축소판답게 계곡 너머 보이는 기암절벽이 너무도 절경이라 눈길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또한 계절마다 달라지는 독특한 경치와 맑고 깨끗한 계곡물로 인해 찾는 이들이 많아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칠보산 거북바위. 충북 괴산군 제공
칠보산 거북바위. 충북 괴산군 제공

◆ 설화

각연사와 관련된 설화는 최근에도 전해지고 있다. 옛날 어느 스님이 절말에 절을 지으려고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장에는 나무 부스러기가 쌓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밤이 지나 아침에 보면 나무 부스러기들이 모두 없어져 보이지 않았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스님은 밤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밤중이 되자 수많은 까치가 날아와 나무 부스러기들을 물고 칠보산을 넘어갔다. 까치들은 물고 온 나무 부스러기들을 지금의 각연사 자리에 있던 연못에 떨어뜨려 연못을 메우려 했다. 까치 떼를 뒤쫓아 가보았던 스님이 연못을 살펴보니 연못 속에 석불이 보였다. 스님은 그 연못을 메우고 그 자리에 각연사(覺淵寺)를 지었다. 연못에서 석불도 꺼낸 스님은 부처님을 모셨다. 연못에서 나온 석불이 현재 각연사에 모셔져 있는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433호)이라 한다. 그래서 절 이름이 깨닫는다는 뜻의 각(覺) 자와 연못을 뜻하는 연(淵) 자로 되어 있는 것이다.

칠보산 전경. 충북 괴산군 제공
칠보산 전경. 충북 괴산군 제공

◆ 산행코스

1 코스 : 용화사 관람 - 계곡 - 통신대입구 - 칠보산 - 1전망대(가진바위) - 산불감시초소 - 칠보약수터 (총 5.61km, 약 2시간)

2 코스 : 쌍곡탐방지원센터 - 활목재 - 칠보산 - 청석재 - 떡바위(7km, 약 4시간)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