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택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장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현장의 관심이 바뀌고 있다. 노동현장의 쟁점은 전통적으로 노동에 상응하는 ‘대가의 보상’이었으나, 최근의 현장에서는 ‘근로시간’과 ‘괴롭힘’, ‘채용’이 화두가 되고 있다. 장시간 근로와 괴롭힘을 당하는 조직문화에 대한 익명 청원이 쏟아지고 현장의 사업주와 선배 근로자들은 ‘MZ세대의 불성실함과 근로의지의 박약함’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노사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할지라도 세대와 연령 간의 갈등이 현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가열차게 돋아나고 있다. 성장의 시대 그 중위의 역할에서 어느 정도의 부당함은 감수해왔던 베이비부머, 386, 486세대와 그 끝 손을 잡고 있는 X세대는 조직에 대한 어느 정도의 헌신과 사명의식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새로운 세대는 최소한의 공정과 정의는 법에 의해 어느 정도 구축됐다고 믿고 평생직장이 아닌 이상 자신이 회사 내 부당함의 피해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직이 잦은 것도 당연하고 취업을 늦추거나 직장을 고르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구인난과 취업난이 공존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 된다. 누군가에게 ‘조직문화’, ‘사회생활’이었던 것이 요즘 세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들은 사업장 내에서의 갈등을 매일같이 본다. 근로감독관은 사업장에 대한 감독 권한과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신고사건 처리의 권한을 갖고 현장의 안정을 조율했다. 그러나 요즈음의 세대 갈등에 대해서는 그 역할의 한계가 명확해진다. 결국 국가와 사업주와 노동자가 삼각으로 공조하는 현장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다. 세대 갈등 수치는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정치적 갈등과 빈부갈등에 이어 그 빈도가 치솟고 있다. 기성세대는 청년의 개인주의적·신자유주의적 경향을 비난하고 청년층은 그러한 몰이해에 반항하며 노동시장의 주류로 보이는 기성세대를 비난한다. 소모적 분쟁이며 사회적 비용의 극명한 손실을 초래하고, 결국 대화를 통해 해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한다. 이를 위해 회사에서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할 때 근로계약서를 쓰고 임금을 늦게 주거나 덜 주지 않고, 임금을 줄 때는 명세서를 주며 오래 일한 노동자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을 ‘기초 고용질서’라고 한다.

기본을 준수하는 현장을 갖춘 후에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그러고 나서야 과거의 경험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아 상대를 재단하지 않고, 상대의 처지를 공감하고 이해하고 노력할 수 있다. MZ세대는 기성세대의 ‘라떼’를 경험과 연륜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들이 겪어온 어려움을 고마워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매 분기 말 모든 근로감독관이 노동사건이 빈발하는 영세사업장의 현장을 방문해 감독하는 ‘현장 예방점검의 날’을 운영한다. 천안지청에서도 20일부터 5일 동안 기관장과 부서장을 비롯한 모든 근로감독관이 현장의 소리를 듣고 ‘기초 고용질서’를 점검한다. 지난번 나갔던 커피숍에서는 사장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스물 남짓한 직원은 책임을 다하며 꿈을 키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아직은 희망이 있고 더욱 밝은 세상을 그려 볼 수 있다. 아르바이트와 정직원이, 직원과 사장이, 20대와 기성세대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세상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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