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햇볕이 뜨겁다. 땅이 지글지글 익는다. 태양이 자꾸 나를 따라온다. 열기가 몸을 감싼다. 조금만 걸어도 얼굴이 이글이글 탄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 여름이 기어이 왔다. 청량함은 좋지만 끈적함은 피하고 싶다. 하루 두 번 샤워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쨍쨍’이라는 의태어를 만든 사람은 상을 받아야 한다. 그 말만큼 이 타오르는 여름을 잘 설명한 단어가 없다. 덥고 습하고 갑갑하다.

☞그럼에도 여름이 좋은 이유가 딱 하나 있다. 바로 ‘콩국수’다. 혹자는 여름 하면 ‘냉면’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아니다. 내게 여름은 ‘콩국수의 계절’이다. 고소한 콩 국물을 퍼먹고 쫄깃한 면을 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난 어릴 적부터 콩국수를 좋아했다. 아빠가 좋아했기에 자연스레 좋아졌다. 물론 어린아이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는 좋아했다. ‘콩국수’는 어른에게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혹자는 콩이 싫어서, 비린내가 나서 기피한다. 모 선배님은 내가 콩국수를 먹을 때마다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곤 "대체 무슨 맛으로 먹냐, 무(無) 맛이잖아"라고 맨날 말하곤 했다. 초딩(초등학생) 입맛이던 그 선배님에겐 콩국수는 ‘극강 레벨’이었으리라.

☞우리 회사는 ‘콩세권’이다. 근처에 콩국수 맛집이 있다. 이 식당은 여름 한정으로 서리태로 만든 ‘검은 콩국수’를 판다. 더워지기 시작하면 이 식당에 전화부터 한다. 마치 연례행사다. 콩국수가 개시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냉큼 달려간다. 사실 아들을 임신했을 때도 콩국수를 그렇게 먹었다. 입덧 때문에 다른 음식은 다 싫었는데 콩국수는 괜찮았다. ‘콩국수 태교’를 한 셈이다. 아들은 덕분에 매우 건강하다. 그리고 4살인데 벌써 콩국수를 좋아한다. 이 정도면 내 ‘소울푸드’다.

☞콩국수엔 인간사가 담겨있는 듯하다. 콩국수가 호불호가 갈리듯, 나 역시도 그럴 거다. 난 누군가에겐 ‘고소한 인간’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고소하고 싶은 인간’일 수도 있다. 모두가 날 좋아하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콩국수 애호가들도 ‘소금파’·‘설탕파’로 나뉜다. 마찬가지로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나뉠 수 있다. 날 짭짤하다(야무지다)고 느끼는 사람과 달콤하다(부드럽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 거다. 과거엔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웠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또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게 너무 속상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모든 사람이 좋은게 아니다. 그래서 이젠 구태여 모두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내 고소함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잘하고 싶을 뿐이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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