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 충남과학기술진흥원장

조바이든 미국 제46대 대통령과 일행은 지난달 20~22일 2박3일간 한국을 다녀갔다. 주요언론의 반응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한국 방문은 경제와 기술로 시작해서 안보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첫날 삼성의 첨단반도체 평택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출국일에는 오산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해 한미연합군사활동을 청취하면서 2박3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방문으로 한국은 안보를 챙겼고 미국은 한국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라는 실리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의 양국협력은 동맹(Alliance) 관계이고 주로 안보에 있었다. 통상적으로 국가 간 동맹 관계는 적의 위협을 억제하고 방위하기 위한 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결성한다. 동맹에 따른 비용과 이익을 계산해 이익이 크기 때문에 이를 체결하고 약속을 지킨다. 한미동맹 관계의 공식적인 시작은 1953년 동맹조약을 체결한 이후이지만 실제로는 미군이 1950년 한국전에 참전하면서이다. 내년이면 공식적인 동맹 70주년을 맞이한다. 미군은 유엔 22개 참전국 중 가장 많은 180만여명을 파견해 전사 3만 4000명, 실종 약 3700명 등 약 13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한미동맹은 경제적인 상호 이익보다는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피로 맺어진 ‘혈맹관계’라 한다.

우리와 안보분야에서 혈맹관계이면서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인 미국이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기술 분야까지 확대해 동맹의 관계를 유지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제안된 동맹기술을 보면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양자, 로봇 등 첨단기술로 미래 먹거리 창출 분야이다. 안보동맹과 함께 미래사회도 같이 가면서 동반 성장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기술동맹까지 제안하게 된 배경에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세계 기술패권 전쟁에서 국제가치사슬(GVC) 파괴에 대한 위협을 억제하고 방위하기 위한 능력을 증대시킴으로서 미국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2019년 유엔이 인정한 선진국이 됐다. 우리는 1953년 전쟁직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로 세계 꼴찌에서 출발해 2021년 3만4870달러를 달성하면서 지난 68년간 520배 성장했다. 이로써 서방 G7 국가인 이태리의 2021년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불 근처에 2년 연속 머물면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 6만8310달러로 G7국가 중에서도 경제와 첨단기술 면에서 월등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2차전지 신소재 개발, 인공지능을 도입한 SW플랫폼 구축, 양자 및 바이오 원천과학기술, 초정밀로봇 및 항공우주 등에 큰 강점을 갖고 있다.

한미기술동맹의 추진은 세계가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지배중심)에서 팍스 테크니카(기술 지배중심)로 전환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학기술의 혁신을 통해 미래산업이 창출되고 새로운 산업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미래경제를 기술 가진 국가가 이끌어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와 손을 잡고 산업과 경제를 향후 상당기간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기술동맹으로 성공적인 협력이 가능하다면 단기간내에 한국의 G5 국가 진입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안보는 그동안 혈맹으로 가능했지만 기술동맹까지 가능할까.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방안은 있는 것인가. 한미기술동맹이 성사되려면 양국의 기술패권 경쟁자로 부터 미래기술에 대한 위협과 함께 자국의 경제적 이익이 수반돼야 한다. 반도체를 예로 들어보자. 반도체 수요는 인공지능 및 메타버스 도입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와 5G/6G 통신, 저궤도위성과 UAM, 빅데이터센터 등의 활용이 대폭 증가하면서 이에 필요한 반도체의 지속적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반도체는 또한 국방기술개발, 전략물자 제조, 안보공급망 구축 등에 핵심품목으로 포함돼 있어 양국의 안보동맹과 궤를 같이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협력방안으로 AI융합 차세대반도체 연구를 위해 한국연구재단(NRF)과 미국연구재단(NSF), 그리고 산업계(삼성, 인텔 등)가 연구 펀딩을 조성해 산학연관 양국 컨소시엄으로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국제특허 기술과 생산기술을 상호 제공 및 공유함으로서 경제적 이익과 인력양성이 가능한 실증 생산라인도 구축한다. 삼성이 단순히 텍사스주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은 바이든이 제안한 다른 첨단분야에의 적용도 가능하다. 팍스 테크니카 시대, 우리는 행복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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