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의 시간 노영민
야 변재일, 이재한 물망
여 정우택, 김영환 힘겨루기

이시종 충북지사. 충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시종 충북지사. 충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충북지역 ‘민주천하’(民主天下) 시대의 정점으로 꼽혔던 이시종 충북지사가 은퇴함에 따라 정치지형이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 정계개편의 핵심은 6·1 지방선거에서 퇴장 명령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이 이 지사 이후 과연 어떤 인물을 내세우느냐와 낙승한 국민의힘의 간판이 과연 누구냐로 압축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시종 지사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도내 8석 전석을 획득해 ‘진보세’(勢)의 물꼬를 틀었을 때 충주에서 첫 금배지를 달았고 2010년 5회 지방선거를 통해 지사에 당선된 이후 6·7기까지 연거푸 석권하면서 도청사를 축으로 이른바 ‘민주천하’ 시대를 연 주역이란 평이다.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수성’(守城)에 성공했으면 이 지사가 물러나더라도 문제가 없지만 완패함에 따라 진보진영 내 ‘포스트 이시종’으로 새 전기(轉機)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제는 새 간판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선거에 참패한 만큼 당분간 침잠(沈潛)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현재로선 충북정가에 나설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5선의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이 ‘대부’(代父)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한 인사는 “고령이지만 IT 전문가로 꼽히며 선거불패의 기록을 갖고 있는 변재일 의원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내 현역인 3선의 도종환 의원, 이장섭 충북도당위원장(청주 서원), 임호선 의원(증평·진천·음성)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도 변 의원 밖에 없다는 귀띔이다.

변 의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젊고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활약하며 스마트한 이미지를 쌓아온 이재한 보은·옥천·영동·괴산 전 지역위원장이 총대를 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이 전 위원장은 선거법 위반혐의와 관련해 피선거권이 박탈됐으나 5월 31일자로 사면복권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5선이자 도당위원장인 정우택 의원과 김영환 충북지사 당선인이 물망에 오르 내린다. 국민의힘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방선거 압승이란 결과를 도민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인사가 사령탑을 맡아야 차기 총선 등에서 승리를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김영환 당선인과 정우택 의원은 지방선거를 통해 캠프 내에서 유세 방법 등을 놓고 첨예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등 여전히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지사직 인수위원회 구성에서도 정 의원 몫이 많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환 당선인은 박덕흠·이종배·엄태영 의원 등 비청주권 금배지를, 정우택 의원은 비청주권 당협위원장단을 각각 지지세력으로 삼고 있다.

정우택 의원의 한 측근은 “도의장 후보 중 정우택 의원과의 친분을 강조하지 않는 당선인이 없다”고 했지만 김영환 당선인 지지층은 “김영환 당선인의 압승으로 ‘김영환 시대’가 열렸고 도권은 이미 넘어 왔다”고 반론을 폈다.

향후 정우택 의원과 김영환 당선인이 협력의 수위를 어느 선까지 설정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