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물감·캔버스 영향 받아
미술재료값 10~20% 올라
목재값 올라 무대 제작 난항

우크라 사태에 휘발윳값 들썩.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충청투데이 정민혜 기자]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촉발된 원자재값 상승이 지역 문화예술계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원자재 가격에 따르면 14일 기준 종이 원료인 펄프는 1톤에 940달러로 전월 대비 11.9% 상승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기름을 원료로 한 유화 물감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내의 한 물감회사도 화방에 내달 1일부터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 중구에 위치한 한 화방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미술 재료 대부분이 약 10~20% 정도 올랐다"며 "물류대란으로 캔버스를 짜는 데 쓰이는 목재는 수입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 알루미늄으로 캔버스를 짜는 경우가 많은데 이질감이 든다며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루미늄마저도 14일 기준 1톤에 2588달러로 3년 전에 비해 49% 오르며 불안정한 생계에 창작 활동마저 어려운 지역 예술가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대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미술 작가는 "몇 년 전에는 100호 규모의 캔버스를 10만~1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2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있다"며 "요즘엔 가격이 너무 올라서 새로 그리기 보다는 예전에 맘에 안 들었던 작품을 재활용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연극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무대를 제작하는데 쓰이는 목재값이 기존보다 30~40% 상승해, 무대 제작과정에서부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대한목재협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목재가격 동향을 분석해 보면 지난 4월 기준 러시아산 제재목(3.6m×3.0㎝×3.0㎝) 가격은 최대 9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동기대비 제재목 가격이 1년 새 1.5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는 A(24) 씨는 "학기를 마무리하는 워크숍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무대 제작 비용이 올라 부담이 커졌다"면서 "관객과의 약속인 공연을 취소할 순 없기 때문에 선배들이 썼던 무대에 색을 다시 칠해서 쓰거나 소품을 재활용하며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한 연극인은 "의상, 소품, 용달비용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관객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데 그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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