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본 한국교통대학교 스포츠산업학전공 교수

2011년부터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영웅을 선정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국민에게 마음의 위로를 주거나 사회통합과 국위선양에 기여한 스포츠인이 대상이다. 손기정(마라톤), 김성집(역도), 서윤복(마라톤), 장창선(레슬링), 박신자(농구), 양정모(레슬링), 김연아(피겨 스케이트), 차범근(축구), 김진호(양궁), 김일(프로레슬링), 엄홍길(산악), 조오련(수영), 김홍빈(산악) 등이 지금까지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스포츠인들이다.

각각의 나이와 세대에 따라 열광했던 스포츠 영웅의 이름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시대를 국민과 함께 살아간,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삶이 삭막하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때로는 삶에 지친 민초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고, 때론 웃음과 감동으로 우리에게 위로가 되곤 했다.

사실 이외에도 많은 스포츠 영웅이 기억되고 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1997년의 박찬호, 1998년의 박세리도 있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힘들어하던 국민에게 한마디로 빛과 소금이었다. 특히 1998년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보여준 박세리의 투혼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역대급 장면이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연못으로 들어가면서까지 우승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때의 장면은 당시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스포츠 영웅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현재 또 다른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지금, 다행스럽게도 어김없이 새로운 스포츠 영웅을 맞이하게 되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아시아 최초 득점왕, 바로 손흥민이다. 득점왕에게 수여되는 골든 부츠 트로피를 든 그를 볼 수 있어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평가전에서 활약하는 그의 골 잔치를 볼 수 있어서 잠시나마 모든 고통을 잊게 된다. 그 어떤 백신보다 강력한 치유 효과를 가진 손흥민에게 스포츠 영웅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이유이다. 이처럼 스포츠 영웅은 난세에 등장한다. 무엇보다 영웅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어떤 도구보다 강력한 대리만족의 힘이 스포츠 속성에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영웅의 몸짓과 행동은 곧 나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의 매개체로 작용하여 마침내 경기장의 주인공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결국 영웅과 나의 동일화가 일어나게 되어 혼연일체가 된다. 또한 공정한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스포츠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없다. 즉 누구에게도 불공정과 차별을 허락하지 않는다. 개인이 흘린 땀과 노력의 정도에 따라서 보상받을 수 있는 스포츠 현장은 우리가 꿈꾸는 세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스포츠 영웅에 열광하는 이유는 정확히 일치한다. MZ세대가 꿈꾸는 공정한 사회, 기성세대가 만들어 가야 할 건전한 경쟁사회에 대한 답이 그것이다. 스포츠 현장에서 탄생한 스포츠 영웅의 모습들이 우리 사회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희망의 등대로 자리매김하길 소망한다. 아울러 이 시대 모든 분야의 영웅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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