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환경변화, 기상이변 같은 단어들이 자주 사용되는 요즈음이다. 언어는 그 시대의 흐름과 이슈가 되는 생각들을 담고 있다. ‘환경’, ‘재난’, ‘복지’ 등이 우리의 일상어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고 일상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이제 기상이변은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정도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르는 폭염, 폭우, 산불 등의 자연재해는 우리 인간의 삶의 터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 해양산성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연재해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경고하며, 각 국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기상이변과 자연재해에 대한 적극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구는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 생태계이다. 생태환경의 상황이 열악해질수록 인간의 안전과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이 필요하게 된다. 대형 산불, 폭우, 홍수와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는 발생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삶을 파괴한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은 재기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취약계층일수록 그 타격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렵다. 재난은 이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정신적으로도 황폐화시킨다.

올해 여름도 길고 강한 폭염이 올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하고 있다. 폭염은 서서히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형태의 재난이다. 30℃ 이상의 폭염이 지속될 경우 열사병, 탈수 등의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다. 쪽방, 고시원 등 「비 적정 거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여름 나기가 벌써부터 걱정인 이유이다. 1~2평 남짓한 이 거처들은 대부분 창문이 없어 여름이면 실내온도가 38~40℃를 훌쩍 넘는다. 중장년 1인 가구,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는데 만성질병 등 건강문제도 있어 숨쉬기도 힘든 폭염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다. 해마다 지역의 복지기관 및 단체에서 생수와 쿨 매트 등을 지원 하지만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냉방기를 지원한다 해도 대부분이 전기세 걱정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여름을 난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들에게 작지만 환기가 가능한 주거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오늘날 주거의 격차는 빈부의 격차만큼이나 그 간격이 커지고 있다. ‘주거권’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데 적합한 주택을 향유할 국민의 기본권으로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주거복지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적정한 주거급여 지원,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같은「비 적정 거처」에 거주하는 이들에 대한 주거권 보장이 가장 필요하고 또 시급하다.

주거문제는 청년, 중장년, 노년 등 모든 계층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다. 경제적인 문제와도 맞물려 취약계층이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복지지원이 될 수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임시방편의 지원책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모든 국민에게 안정된 주거환경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주거복지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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