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호 ETRI 양자컴퓨팅연구실

‘양자컴퓨터’라는 용어가 더 이상 일반 대중들에게 낯설지 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1996년 피터 쇼어(Peter Shor)의 소인수분해 양자알고리즘이 등장과 더불어 양자컴퓨팅의 비약적 속도향상 가능성에 대한 연구 및 논의가 본격화되면서부터, 양자컴퓨터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은 매우 증가했다.

쇼어의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의 등장은 암호학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소인수 분해는 임의의 큰 수가 어떤 수들의 곱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답하는 문제이다. 고전컴퓨터는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많은 계산시간 및 자원을 소비해야 하고 그러한 이유로, 소인수분해는 암호를 구성하는 기반문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이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적어도 소인수분해 기반의 암호체계는 양자컴퓨터의 등장과 더불어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게 됐다.

이에 대한 첫 번째 해결책은 암호나 통신체계 자체의 양자화를 통해 보안성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양자원리가 기존 컴퓨터의 계산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면, 똑같이 보안성의 강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양자암호통신 분야가 생겨났고 적어도 현재까지는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또 다른 해결책은 양자컴퓨터도 못 풀 것으로 믿어지는 더 어려운 문제, 즉 소위 ‘양자내성’을 가진 더 복잡한 암호를 구성해보

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접근방식의 연구로 생겨난 분야가 바로 양자내성암호 분야이다. 따라서, 앞서 말한 "양자컴퓨터로도 못 풀 것으로 믿어지는"과 같은 모호한 조건을 우선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실제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양자내성의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 양자내성암호의 주요 연구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실제 암호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적어도 현재까지 ‘양자내성’은 그 의미가 증명된 명확한 용어는 아니다. 양자내성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발굴대상 문제들의 수학적 혹은 계산과학적 측면에서의 ‘난이도’를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또한 "양자컴퓨터의 계산 파워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답하는 것과도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것이 양자내성암호 연구의 핵심이자 본질이며, 이는 암호학 및 양자컴퓨팅 분야의 많은 학자들이 현재 깊이 연구중이다.

따라서,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도 풀지 못한다" 혹은 "양자컴퓨터가 양자내성암호를 푼다" 등과 같은 주장은 학술적으로 판단 불가한 명제다. 또한 해당 맥락에서 파생된 논의들도 대부분 결론이 없는 공허한 논쟁들이다. 양자내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가 양자내성을 가지는지, 동시에 양자컴퓨터는 어떤 종류의 문제를 공략할 수 있는지 혹은 없는지, 등의 논의가 건전한 학술 세계에서, 명확한 연구 결과물들을 가지고, 우선 이뤄져야 한다.

지난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및 양자인터넷 개발 착수 보고회가 있었다. 필자의 연구진들은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반기술은 물론, ETRI 양자인터넷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양자정보통긴 기초이론연구 등에도 참여한다. 필자는 이종호 장관님의 말씀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앞으로 5년이 양자컴퓨터 생태계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기술 추격하지 않으면 앞으론 기회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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