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상 청주시체육회 사무국장

내가 태어나서 맨 처음으로 배운 이름 어머니, 아버지. 부모님이다. 두 분은 8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아직도 시골에서 농사일에 현역이시다.

여느 부모님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지 않겠습니다마는 내 어머니는 어려서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자라서 그런지 자식에 대한 사랑은 물론 동기간에 대한 애착이 무척이나 강하신 분이다.

모든 80세 이상의 우리네 부모님들의 삶은 정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태어날 때는 일제 강점기요. 해방과 더불어 6·25 전쟁을 겪으며 초등학교 시절 등 유소년 기를 보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폐허가 된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재건과 보릿고개의 아픈 추억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하며 고생한 세대이다. 우리가 이만큼 자유를 누리면서 풍족하게 살아가는 것도 부모님 세대가 각고의 노력으로 얻은 희생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러하듯 당신들의 모든 생각은 그 옛날 어려운 시절에 머물러 있다. 지금도 뵈러 간다고 하면 바리바리 그리도 보따리가 많다. 또한 냉장고에는 뭐가 그리 많은지 도착하자마자 뭐 꺼내 먹어라 하신다. 또 쌀은 있느냐. 반찬은 있느냐 등 정신없이 질문을 쏟아 내신다. 정말로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반찬을 만들어다 드려도 시원찮을 판에 만들어 놓은 반찬을 안 가져다 먹는다고 혼난 적도 많다. 또 시골집에서 출발해 청주에 도착할 시간에 미처 도착보고를 못 드리면 그새를 못 참고 전화를 하시는 어머니다. 내가 부모가 되어서 철이 들어 깨우친 부모의 마음이기도 하다.

지금은 연로하셔서 여행을 못하시지만 10여년 전만해도 유럽, 미주, 호주 등 여러 나라에 해외여행을 5년간 보내드린 적이 있다. 물론 여행경비는 형제들 간의 모임형식으로 모아놓은 돈이다. 두 분이 해외여행지 숙소에서 "우리가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은 많이 했지만 자식들 덕분에 해외여행도 멀리 와보고 이러고 보면 참 행복하고 성공한 부부지~" 라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지금도 가끔 말씀하신다.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좀 더 젊으실 때 일찍 해외여행을 보내드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많다. 여행은 가슴 떨릴 때 다녀야지 다리 떨리면 못 간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부모님 세대의 가슴 떨리는 시기는 먹고살기 바빠서 죽어라고 일만하시던 시기라 이제는 허리, 무릎관절이 다 망가져 안타깝기만 하다.

부모님의 자식사랑이 유별난 행복한 우리집안에 지난달에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부모님의 막내아들이 생을 달리한 것이다. 부모님 살아생전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님의 심정은 어떨까? 형제지간에도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마음으로 빈자리가 크나큰데 부모님은 아마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통의 연속이리라. 빨리 고통을 떨쳐버리고 기력을 회복하시어 자식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많이 만들어 놓고 가져다 먹으라고 많이 혼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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