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신호기·무인발급기 등 시설
규격외 설치·고장 방치 사례 많아
전국 청사 편의시설 부적정 설치율
충북 2위·충남 3위·대전 4위 기록

점자책 읽는 손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 대전에 거주하는 시각장애 1급 김모(34) 씨는 지난달 민원서류 발급하고자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가 곤경을 겪었다. 청사 인근에 도착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시각장애인용 리모컨을 작동시켰지만 음향신호기가 고장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 결국 그는 오랜 시간을 기다린 뒤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길을 건널 수 있었다.

충청권 시각장애인들이 지방자치단체 청사 접근과 이용 시 큰 어려움이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지자체들이 편의시설 관리·제고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청사 주변 음향신호기, 무인발급기 점자시설 등이 고장나고 노후화된 채 방치되는 일이 잦아 실질적 이용이 불가능한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지난해 ‘전국 도·시·군·구청 287개소 대상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충청권 소재 청사들의 부적정 설치율은 △대전 43.1% △세종 10.0% △충북 43.8% △충남 43.7%였다.

이는 충북·충남·대전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나란히 2·3·4위를 기록한 결과다. 특히 충북은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이 31.9%로 전국에서 가장 낮게 조사돼 미설치·부적정 설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 청사 내 시각 장애인 편의시설 부적정 설치율이 높다는 것은 ‘규격외 설치’와 ‘고장 방치 사례’ 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충청권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대상 건물 수 대비 실제 설치 수는 평균 약 21개로 전국 평균(약 21개)과 비슷해 설치율 자체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철저한 설치에 비해 사후관리는 미흡하게 이뤄져 정작 장애인들의 편의를 도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충청권 지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도청, 행정복지센터들이 ‘장애인 등 편의법’에 의해 청사주변에 음향신호기 등 시각장애인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설치 후 관리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은 없어 고장 시 미수리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충청권 지자체 관계자는 "일부 고장난 기기들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의 불편 사례가 발생 한 것 같다"며 "노후화된 기기들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교체하고 있고 앞으로는 시각 장애인들의 민원을 최대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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