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충북에너지고등학교 과학교사

작년 5월, 뉴스를 통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구축 부지로 충북 청주시가 최종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많은 이들이 환영했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된다는 것은 과학 교사인 나로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이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왔을까? 이와 함께,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전달해야 할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학생들은 과학 교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교사가 된 후 첫 수업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음을 깨달았다.

그 후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는 첫 수업마다 과학 교과에 대한 인식을 확인해봐도, 다수의 답은 비슷했다. 학생들이 과학을 신기하고 흥미 있게 여길 것이라는 내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이 다수였다. 제4차 과학교육 종합계획(2020~2024)을 통해 과학 교육의 환경 및 사회적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위에 언급한 바 대로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이다. 국제학력평가 결과 과학 교과 학업성취도는 최상위 수준이나 과학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나타내는 정의적 영역 성취도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총 70개국 중 학업성취도는 9~14위였으나, 자아효능감이 41위, 외적동기가 60위, 즐거움이 61위를 차지했다.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과학에 흥미를 갖고 탐구하기를 원하는 내적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지역사회 인적·물적 자원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최신 동향 반영 및 과학기술을 활용한 실험·탐구 수업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현장 실태 분석 연구(한국창의재단, 2020) 결과, 학생의 선호도가 높은 수업으로 ‘학교 밖 과학 수업’, ‘첨단기기 활용’ 등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첫째, 방사광가속기로 새롭게 연구할 수 있는 분야 등 과학적 활용을 통해 학생들의 관심을 증진 시킬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흔히 ‘빛 공장’이라고 한다.

학생들에게 방사광가속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할 때 안경을 예로 든다. 무엇을 확인하거나 파악할 때 우리는 보통 시각 정보를 이용한다. 볼 수 없는 것은 확신을 갖기 힘들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은 눈으로 보고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힘들기 때문에 시력으로 인한 불편을 안경을 통해 해소한다. 이처럼 안경은 단순히 시력의 보정을 넘어, 사물의 구조적 형상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훌륭한 도구인 것이다. 과학자들에게도 이러한 도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별과 행성은 거대하지만 너무나 멀고, 손 위의 미생물은 가깝지만 육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매우 작다. 그래서 망원경과 현미경을 발명하게 됐고, 이를 통해 미지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방사광가속기의 필요성은 본다는 것에 있다.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더 작은 세계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방사광가속기 작동의 바탕이 되는 원리를 교육하는 것이다. 방사광가속기의 원리를 학교 교육과정에 녹여 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방사광가속기의 기초가 되는 ‘전자’라는 과학 원리를 교육한다. 인류는 과학의 발전에 따라 ‘전자’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배우며, 그 원리를 과학과 교육과정에 맞춰 교육한다. 전자가 흐르면, 전류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전기와 관련된 내용을 바탕으로 전구에 빛이 발생하거나, 전기차가 이동하거나,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물론, 방사광가속기에서 고에너지의 빛을 발생할 수 있는 원리까지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현장 교육을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학생을 대상으로 가속기 체험교실과 탐구교실을 진행한다. 연구원에 학생들이 직접 방문해 첨단 연구장비를 체험할 수 있고, 방사광가속기에 대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전문가와의 만남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러운 진로 탐색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물적·인적 인프라를 통한 교육은 학생들에게 학습적 요소는 물론, 과학적 탐구 및 진로에 대해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 모든 학생이 과학자를 꿈꾸지는 않지만,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과학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학생에게 과학이 좀 더 친숙해졌으면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호기심에 대해 탐구할 수 있게 도와주고, 마술 같은 자연의 신기함이 과학의 언어로 설명돼, 학생들에게 쉽게 안내됐으면 한다. 볼 수 없었던 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해주는 방사광가속기처럼, 학생들도 새로운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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