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익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좋은 회사, 훌륭한 회사란 무엇일까? "인터뷰를 마칠 즈음 사진 촬영을 위해 그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여줬다. 붓 한번 돌리니 불과 2분 만에 후딱 하나의 그림이 생겼다. 내가 무얼 그린 것이냐고 묻자, 그는 학(鶴)이라고 했다. 내가 ‘그림 하나가 금방 나오는군요’라고 하자 그는 ‘금방 되는 게 아니라, 50년쯤 걸린 거라고 보면 돼요. 그때부터 자라온 기운으로 그림이 나오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할 수 없어요’라고 했다."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가 걸레스님 중광을 인터뷰할 때의 일화이다.

어떤 분야든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은 그냥 된 것이 아니다. 기본적 자질과 진지한 태도, 노력과 끈기가 뒷받침된 것이다. 좋은 직장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경험과 내공이 많아 후배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상사가 많은 직장이다.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선 타인에게서 배우기 어렵다. 좋은 상사가 많은 직장은 일하기도 좋을뿐더러, 함께 일하면서 배울 것도 많은 법이다. 반면에 본보기가 되면서 일하는 상사가 아닌 말만 하는 상사만 회사에 많다면 일하기도 힘들고, 상사와 일하는 것 자체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몇 배로 증폭시키기 마련이다. 보통 사람들은 선배와 친구들을 통해서 보고 배우고 커나간다. 특히, 직장생활에서는 일을 같이하는 상사나 동료들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절대적이다. 학교에서와 달리 사회생활에서는 일을 같이하는 사람을 통해 구체적인 현실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들이 큰소리치는 회사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조직이 커질수록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특히, 관료화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분명한 성과보다는 조직 내 정치적 역학관계가 큰 역할을 한다. 이런 곳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득세하기 쉽다.

일하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일하는 사람은 현실 속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간다. 따라서 본능적으로 현실적 제약을 의식하고 여러 가지를 살핀다. 정연한 논리보다는 불가피한 현실론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성과로 말한다. 반면에 말하는 사람들은 말만 한다. 정연한 논리와 화려한 꿈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문제가 생기면 남의 탓만 한다. 상황이 바뀌었거나, 새로운 문제가 생겼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버릇이며, 절대로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일하는 사람인가 말하는 사람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일하는 사람이 많은 곳은 좋은 회사, 훌륭한 회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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