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석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어제는 현충일이자 24절기 중 하나인 망종이었다.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좋은 때라는 뜻으로 모내기를 시작하는 절기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에 부임했던 지난해 여름은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우울한 나날이었다면 이제는 일상을 회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와 함께 고물가라는 암초를 마주하게 됐다.

물가 상승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발생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약화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조치가 더해지면서 원유, 천연가스, 곡물 등 원자재가격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증가한 수요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가세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주요국들이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제통화기구, 세계은행 등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하니 걱정이다.

주요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미국은 소비자물가가 최근 두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8% 넘게 급등해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5월 정책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으나 향후에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물가 상승세가 심화되고 있다. 영란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하자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유럽중앙은행도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두 번이나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며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주요 선진국과 같이 우리나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5월 5.4%)했으며 당분간 전년 동월 대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대인플레이션율 또한 5월 3.3%로 9년여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체감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높아진 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서 더 큰 위험을 가져오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발생 이후 사상 최저(0.5%)로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5차례 인상하고 앞으로도 대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상황,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

경제충격을 최소화하며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은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숙제다. 이제는 물가 추이와 통화정책 변화가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가져 볼 때다. 우리 지역민들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변화하는 환경을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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