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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고민이 참 많았다. 공약도 정독하고, 토론회도 다 챙겨 봤다. 그럼에도 참 어려웠다. 사실 이 후보나 저 후보나 비슷해 보였다. 어떤 점이 괜찮으면, 다른 어떤 점 때문에 꺼려졌다. 심지어 이번 지선은 살펴봐야 할 후보들도 많았다. 투표용지만 해도 6장이었다(비례대표 기초의원 제외). 정당을 배제하고 인물을 보려 해도 그것조차 너무 어려웠다. 정당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당선인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정당· 공약·평판 모든 걸 고려해 마음을 정한 뒤 투표소에 갔다. 하지만 막상 기표소에선 또 고민이 됐다. ‘맞는 선택일까’·‘후회의 4년이 되진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밀려왔다. 함께 기표소에 들어간 4살 아들의 방언마저 날 혼란스럽게 했다. 아들은 "엄마 왜 X번 뽑아요"라며 내 비밀투표를 ‘공개투표’로 전환시켰다. 어찌어찌 참 어려운 투표를 끝마쳤다.

☞투표를 하고 나니 궁금해졌다. 지인들에게 어떤 기준을 가지고 투표를 했는지 물어봤다. 대부분 ‘정당’을 보고 찍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공약을 한 번도 읽지 않았다고 했다. 광역단체장·교육감·기초단체장 후보까진 알아도 의원 후보들 공약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아직도 투표를 어려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20대 초입, 첫 투표가 생각났다. 그땐 투표를 한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어른으로 인정받은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서 후보들에 대한 공약도 더 면밀하게 살폈다. 그러나 지금은 투표가 그저 ‘의무’가 돼버린 못난 어른이 됐다.

☞여기엔 정치판에 대한 불신이 한몫했다. 토론회에서 정책 싸움이 아닌 감정싸움을 하는 후보들이 짜증 났다. 현실성 없는 뜬구름 같은 공약을 내세우는 모습도 싫었다. 과거의 일까지 들추며 상대방 비방 문자를 보내는 유치함에도 질렸다. 게다가 ‘무투표 당선인’도 찝찝했다. 대전·충남 무투표 당선인은 20명이나 된다. 이들은 선거공보물도 보내지 않아 공약을 알 길이 없다. 검증 절차 없이 ‘그냥 당선’ 됐다. 정말 의원 되기 참 쉽다. 더 화나는 건 20명 중 10명이 전과자라는 점이다. 정당들이 공천권을 제대로 행사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행태 때문에 남편은 전과가 없는 후보들에게 투표를 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남편의 선택이 마음에 든다.

☞이미 당선인은 정해졌다. 내가 뽑은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제 그건 중요하지 않다. 누가 됐건 공약을 잘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간 공약이 공언이 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그건 선거를 화장실로 만드는 행태이다. 선거를 들어갈 때와 당선이 됐을 때 마음가짐이 달라서야 되겠는가. 우리는 한 사람당 3612만 원짜리 투표를 했다. 그 표들이 모인 값은 어마어마하다. 그 표 속에 담긴 지역 발전을 향한 염원은 값을 매길 수조차 없다. 부디 당선인들이 그 표의 가치를 잊지 않길 바란다. 제발 지역민들을 위해 헌신하길 바란다. 당신이 받은 표는 공짜가 아니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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