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숙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장

우리나라에서 가정위탁보호사업을 시작한 지 19주년이 됐다. 2003년에 공식적인 아동보호체계로 도입돼 19년이 지났지만 가정위탁보호라는 말이 생소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가정위탁보호란 부모의 사망, 질병, 학대, 이혼, 빈곤 등의 사유로 친가정에서 자라기 어려운 아이들을 양육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입적을 통해 친권을 옮기는 입양과는 달리 약속된 보호기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친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광역시·도 단위마다 가정위탁지원센터(전화 1577-1406)가 설치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위탁아동 수는 전국적으로 9539명이고, 7754명의 위탁부모(대전 216명, 175세대)가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위탁부모는 온갖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돌본다. 혹여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밤낮으로 걱정하는 것 또한 친부모 못지않다. 그만큼 사랑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위탁부모의 사랑과 온갖 정성에도 불구하고 위탁보호 이야기가 항상 훈훈하지는 않다. 부모와 떨어지게 된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기 때문에 우울, 위축, 불안 등의 심리적 어려움이 다수의 아이들에게서 나타난다. 또한, 잘 자라던 아이들이 엇나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부모의 사망, 질병, 학대나 방임 등의 불가피한 사정은 차치하고서라도 가난 때문에 아이들이 다른 가정으로 맡겨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가정위탁지원센터에 의뢰되는 아이들의 90% 이상은 부모의 가난이 직간접적인 원인이다.

가난은 더 이상 개인이 책임질 문제도, 혼자 벗어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은 여하한 상황에서도 친부모가 아이들을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하나의 권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복지국가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주는 부모의 권리가 된다. 우리나라도 보육, 교육, 노동 등의 분야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보육, 교육 등의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보편적 사회안전망이 갖추어 진다고 해도 가정위탁보호사업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진 아동보호체계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여전히 많이 아이들이 위탁부모의 사랑과 손길을 필요로 한다.

친부모에게 양육의 책임을 묻기에 급급하기보다 친가정과 위탁가정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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