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경 ETRI 사업기획실 행정원

필자는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인 ETRI에 근무하면서 과학기술 관련 환경과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번 학기에는 ‘성과 활용과 기술사업화’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 교수님께선 거의 매 수업 시간마다 연구원의 우수성과나 기술사업화 성공사례 등에 대해 언급한다. 그때마다 필자에게 꼭 질문을 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연구원이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해 기술사업화 성공에 이바지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연구원이 수업 시간마다 언급될 만큼 우수한 기관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왔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물론, 정출연에 대한 평가가 항상 긍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경쟁으로 단기 역량과 성과에만 집중해 대형성과 창출이 미비하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헤쳐 나아가기 위해 정출연은 기관별로 ‘역할과 책임’이라는 R&R(Role&Responsibilities)을 수립했다. 필자의 연구원도 ‘초지능·초성능·초연결·초실감·국가지능화’라는 5개의 상위역할을 수립했다. 이러한 역할에 맞춰 연구원의 맡겨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대형연구성과 창출을 위해 창의적이고 고위험적 연구인 창의·원천연구,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제공동연구 및 산·학·연 역량 결집을 위한 개방형 융합연구 등을 확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원은 우수한 연구성과를 속속 창출하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 성과로는 ‘고난이도 서술형 질의응답이 가능한 엑소브레인’ 기술이 있다. 이는 국내·외 법령 등을 학습해 사용자의 법령 질문에 대해 올바른 정답을 찾아주는 언어 인공지능 기술이며, 국회도서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상용화돼 활용되고 있다. 또한, 지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및 국산화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디스플레이용 저온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포토레지스트는 그간 소재를 만들거나 이를 다루는 기술이 어려워 수입에 의존했는데, 연구원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적용 가능한 소재를 개발, 상용화까지 성공했다. 아울러, 기술사업화 관련해서도 에트리홀딩스라는 기술지주회사를 기반으로 기술사업화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연구원 기술을 이전받거나 출자받은 신테카바이오, 수젠텍, 마인즈랩 등 기업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는 등 우수사례도 창출됐다.

물론, 연구원 뿐 아니라 많은 정부출연연구원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통해 우수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정출연을 보면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우보천리’란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이다. 급변하는 과학기술 환경 속에서 ETRI를 포함한 정출연은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와 끈기를 가지고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해 왔다. 앞으로도 우직한 발걸음으로 국가경쟁력 확보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국민들도 정출연에 대해 더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큰 박수와 응원을 희망한다. 국가 차원의 위기 극복이 필요할 때, 또 국민의 생활과 편의, 안전을 위한 연구에 연구원은 제 역할을 묵묵히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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