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부 단양국유림관리소 소장

한낮에는 뜨거운 햇살에 더위까지 느껴지는 5월 하순을 지나고 있다. 이 기간을 손꼽아 누구보다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다름 아닌 나와 같은 산림공무원들이다. 산림청은 산불 발생위험이 높은 시기인 매년 2.01.∼5.15.를 봄철 산불조심 기간으로 정해 운영하는데 이시기 산림공무원들은 산불위기경보 단계에 따라 상황관리 근무를 하고 소각활동 단속, 진화훈련을 하는 등 누구보다도 분주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언제 출동할지 몰라 이 기간에는 관할구역을 벗어나 여행을 가거나, 가족의 대소사를 챙기는 것도 어렵다. 근무가 아닌 주말에도 혹시 산불신고가 들어올까봐 노심초사하며 마음은 사무실에 나와 있다.

불과 얼마 전 봄철 산불조심기간 종료일이었던 5월 15일 일요일 오후에도 단양군 영춘면 소백산국립공원 내 국유림에서 산불이 발생해 진화 현장을 지켰다.

잔불까지 모두 정리하고 현장에서 밤 10시가 다 되어 철수했다. 산불조심기간이 끝나는 요즘 시기 유난히 청첩장이 많이 날라온다. 인생의 가장 큰 경조사의 하나인 본인 결혼을 산불조심기간이 끝날 때까지 미뤄두었기 때문이다. 결혼식까지도 산불조심기간에 양보해야 하는 것이 산림공무원의 숙명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봄철은 213시간 동안 지속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운 울진·삼척 산불 등 대형산불로 피해가 컸다. 최근 10년간(2013년∼2022년) 연평균 538건의 산불이 발생해 3,337㏊의 산림이 소실되었지만 올해는 벌써 302건의 산불이 발생해 예년 피해면적의 6배가 넘는 21,416㏊의 산림이 소실되었다. 산림 당국의 홍보 등 예방 노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산불 예방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에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산불피해를 보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봄철 산불조심기간은 끝났지만 최근에는 산불조심기간이 아닌 기간에도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아직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와 산림자원량 증가 등에 따라 산불 발생 시기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조심기간(2.01∼5.15, 11.01.∼12.15. 약 5개월)이 아닌 시기에도 예년평균 129건이 발생했으나 최근 3년간(2019년∼2021년)은 평균 188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산불진화헬기 등 대응자원들도 나아졌는데 왜 산불피해는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산불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산불 발생원인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10년간(2011년∼2020년)의 산불원인을 보더라도 입산자 실화(33.6%), 논밭두렁·쓰레기 소각산불(28.8%), 담뱃불·성묘객 실화(8.2%) 등으로 사람들의 실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산림과 산림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불을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 화기(火器), 인화(引火) 물질 등을 지니고 입산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법에 규정한 제한사항을 제대로만 지킨다면 산불 피해는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아직도 나물철이 되면 입산통제구역까지도 들어가 임산물을 채취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깊은 산 중턱 이상에서 발생하는 많은 산불이 이런 임산물 채취를 위해 산에 들어간 사람들의 실화로 추정된다.

또한 산림에서 가까운 가옥, 경작지 등에서 생활쓰레기, 농산폐기물 등을 태우다 산불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않다. 산불이 우리 가족과 지역의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까지 빼앗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모두 갖는다면 대부분의 산불피해를 줄일 수 있다.

늘상 지겹도록 들어왔던 국민 모두가 산불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가지고 산불예방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전형적인 구호를 지금도 반복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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