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액땜-올해는 참 스펙터클하다.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별일이 다 있다. 일단, 코로나에 두 번이나 걸렸다. ‘격랑의’ 격리 세월을 보냈기에 액땜은 충분히 했다 생각했다. 그러나 부족했나 보다. 걸을 때마다 발목이 아파 병원에 갔다. 물론 큰 병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양쪽 발목에 인대가 없어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용케 걸어 다녔다며 놀라셨고 난 내 둔함에 놀랐다. 여차저차 한쪽 발목 먼저 인대 재건술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일주일간 ‘뜻밖의 입원’을 하게 됐다.

☞#수다-내 ‘병실 메이트’는 대부분 할머니들이었다. 입원한 곳이 뼈 전문 병원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4인 1실이었는데, 대화는 항상 느닷없이 시작됐다. 한 할머니가 "어디가 아프셔"라고 물으면 누군가의 대답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딱히 참여자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무심코 듣다 말 한마디를 던지면 그렇게 말이 ‘얹어지며’ 대화가 됐다. 모두가 화자(話者)이자 청자(聽者)였다. 단순한 이야기로 시작해 대화의 주제는 점점 넓어졌다. 건강·동네·가족·종교 등 다양했다.

☞#상처-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긴 따로 있다. 바로 ‘코로나 백신’ 이야기다. 한 할머니가 "코로나 주사로 동네에서 여럿 갔어. 안 맞아도 될 걸 왜 이리 맞으라 했나 몰러"라며 허공에 말을 삼킨다. 그러면 또 다른 할머니가 "건넛집 할머니 외아들이 서울서 의사였는데 그거 맞고 죽었잖아. 장례식도 못 들어가게 해서 그 엄마만 드가서 봤어. 그 엄마 시름시름 앓다가 몇 달 뒤에 따라갔어"라며 슬픈 사연을 전한다. 이야기가 비극이었던지라 뇌리에 박혀있다. 우린 이미 코로나와 함께 나아가고 있지만 상처는 여전히 쓰리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고 아팠다. 백신으로, 또 코로나로 참 많이도 괴로웠다. ‘극복’은 하되, ‘망각’하면 안 될 상처들이다.

☞#성찰-병실에 고립된 삶은 되레 많은 것과 소통하게 했다. ‘바빠서’ 못 읽던 책을 3권이나 읽었다. ‘바쁘단’ 핑계로 연락을 못하던 지인들과 많은 톡을 주고받았다. ‘바빠’ 속독하던 아이 어린이집 알림장을 어느 때보다 심도 있게 읽었다. ‘바삐’ 움직이며 못 듣던 노래도 실컷 들었다. 밀린 드라마도 실컷 봤다. 인터넷 뉴스도 제일 빨리 접했다. 득점왕 손흥민부터 제니-뷔 열애설까지 금방 알게 됐다. 생각해 보니 아이러니하단 생각이 들었다. 창 안에 있으니 비로소 창밖의 세상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었다. 처음엔 계속된 악재에 누군가의 저주를 의심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일주일 입원기는 ‘치료’가 아닌 ‘치유’의 시간이 됐다. 물론 발은 아프고, 깁스는 남았지만 왠지 정신이 상쾌해진 듯하다. 그리고 이 정도 액땜했으니 하반기엔 매주 로또를 사야겠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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