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충남도 재난안전실장

인류 문명은 물길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 인류는 원시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이동하면서 물이 풍부한 하천에 터를 잡고 생산활동을 시작했고, 이를 토대로 공동체의 발전을 이뤄왔다. 세계 4대 문명의 출발점이 하천을 중심으로 시작됐고, 현대의 도시들 또한 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다. 하천이 바로 생명의 근원이자 사회 발전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예로부터 하천과 물 관리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였다. 농업, 경제, 생활, 건강, 교육, 산업, 레저 등 인간이 생활하는 모든 분야가 물과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치수를 잘하는 것이 곧 백성을 평안하게 하는 첩경이고 물길을 잘 관리하는 것이 곧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 왔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물 부족과 기후변화의 시대를 맞아 하천 관리의 중요성은 국가적 과제로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하천 관련 업무를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함께 이제 하천은 국가기반시설을 넘어 치수안정성과 생태계 보호 등 그 업무 범위가 더욱 커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보다 통합적인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충남도는 하천의 가치를 더욱 새롭게 인식하고, 하천의 미래가 충남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지속가능한 하천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물 통합관리를 통해 치수안정성을 높이는 가운데 친환경 하천정비를 통해 하천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데 힘쓰는 한편, 491개의 하천에 장기적으로 총 8조 9544억 원을 투입해 깨끗한 하천 정비와 친수공간 조성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또 국가하천 배수영향구간의 지방하천에 대한 국가차원의 정비를 지속적으로 요구, 2022년도 국가하천 배수영향구간 선도지구로 아산시 천안천 등 3개 하천 6.1㎞가 선정돼 현재 사업 추진을 준비 중이다. 이와 더불어 권역별 물 부족과 연안지역 수질 개선 등 국가 차원의 집중적 관리가 필요한 하천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국가하천 승격도 추진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의 하천을 더욱 건강하게 지키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데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하천관리는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가장 근본적인 정책과제로서 인식돼야만 한다. 국가차원의 관리와 지원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며, 이에 통합적 하천관리의 일환으로 지방하천에 대한 국가하천의 승격이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모세혈관처럼 지역 곳곳에 위치한 지방하천에 대한 근본적 문제해결 없이 국가하천 역시 그 역할을 다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천관리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정책이라는 생각으로 새 정부가 하천 관련 정책에 더욱 큰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하천관리를 위해 지자체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는 가운데 지방하천에 대한 국가 재정 투자를 더욱 확대해 줄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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