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계경 대전시 교육청소년과장

지난 주 수요일, 필자가 직접 겪은 일이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눈 앞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신호 대기 중인 승용차를 배달 오토바이가 들이받은 상황으로, 다행히 어려 보이는 배달기사는 심각한 부상을 입지는 않은 것 같았다.

급한 마음에 119에 신고를 하려고 하자, 배달기사는 신고를 말렸고 부상보다 더 급한 일이 있는 듯 배달플랫폼 회사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아 안심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그 청소년이 노동자로서 본인의 권리와 의무를 알고 있는지,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업종이 침체를 겪었지만 배달 시장은 엄청난 성장을 보였고 플랫폼 배달 시장에 청소년 노동자 유입도 증가했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20년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에 의하면, 청소년이 참여하는 아르바이트 업종 중 ‘배달·운전’이 22.5%를 차지했다.

플랫폼 배달 노동시장은 우리가 비대면 일상을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했지만, 정작 그곳에서 일하는 청소년 배달기사의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0년 한국산업안전공단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청소년 배달기사의 산재 승인 건수는 사망 63명, 부상자 3,092명에 이른다. 실제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미신고 건수까지 고려하면, 많은 청소년 배달기사들이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청소년들은 일터에서 폭언, 폭행 등 각종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업체에서 오토바이 수리 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하거나 산재처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달·운전의 경우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사고 시 중상을 당할 가능성이 많아 더욱 우려스럽다.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의 5% 정도가 아르바이트 경험을 했고, 이들 중 일터에서 부당행위를 경험한 비율은 34.5%에 달한다. 세 명 중 한 명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사례로는 ‘근로계약서 미작성’(53%), ‘임금체불’(18%), ‘임금 미지급’, ‘언어폭력 및 성희롱’, ‘폭행’ 순이다.

부당처우를 당했을 때 대처방법으로는 ‘참고 계속 일했다’는 응답이 74%, ‘그냥 일을 그만 두었다’는 응답은 17%에 달하는 등, 소극적인 대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위 조사결과를 보면, 상당수 청소년들이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잘 몰라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소년들의 첫 근로 경험은, 이후 그들이 마주할 노동자로서의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청소년이 겪은 부당처우를 상담하고 해결해주는 것은 그들의 직업역량을 길러주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전시는 7월부터 대전광역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청소년근로보호지원단을 새롭게 설치한다. 지원단은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당처우에 대해 ‘상담’과 ’현장의 분쟁 조정’ 지원과 ‘찾아가는 노동인권 교육’을 실시한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 상담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 지원기관으로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근로 처우 외에도 건강, 진로 상담 등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대전청소년근로보호지원단이 청소년들에게 지원군이 되어 주길 기대하며 지난 주 사고를 당했던 청소년 배달기사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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