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前 인수위 전문위원 (지역균형발전특위 기획운영실장)

경남에 지역균형발전 정책과제 국민보고대회를 갔을 때다. 환영 현수막 옆으로 몇 사람이 피켓시위를 한다. <천문연구원을 경남으로! 항공우주연구원을 경남으로!> 의 문구가 보인다. 행사장내부엔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사수!’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미 균형발전특위 활동기간 내내 위원회 공식회의에서 항공우주청을 둘러싼 얘기는 끝이 없었다. 경남의 지역구 국회의원인 한 특위 위원은 지속적으로 항공우주청 경남유치를 강조했다. 대통령의 경남지역 7대공약사안인 항공우주청 유치에 대해 대전에서 왜 지역현안으로 삼고 있는지 불만을 토로했다. 대전으로 이전키로 한 방위사업청의 진주 이전을 경남에서 제기해도 좋은지 반문했다.

대통령이 방위사업청을 대전에 이전하고, 항공우주청을 경남사천에 신설하기로 약속한 것은 사실이며, 이들 약속은 각각 대전과 경남의 균형발전 15대 지역정책과제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양쪽 모두 반대주장이 확대되어 상대를 자극한다. 경남에선 대전에 있는 천문연구원과 항공우주연구원 이전을, 대전에선 경남에 있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이전을 제기하고 나왔다. 이들 주장은 대통령공약에 없다. 일부 지역정책과제의 세부내용에 기재되었으나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공공기관 이전을 두고 지역 간 경쟁과 때론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확대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새로운 지역혁신거점과 지역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 간 갈등을 일으키는 이전이어선 안된다. 그리고 하나 더. 무조건 정부에만 기대선 안 된다. 윤석열대통령은 균형발전업무보고에서"지자체 스스로도 지역이전이 제대로 되게 하기 위해선 이전 대상 기관에 대해 지자체를 세일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조건 정부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지자체, 공공기관, 노조 등 이해관계자 간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전 기관과 이주 직원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전이 이전을 약속받은 방위사업청 이야기를 해보자. 물론 기관 자체의 의미가 꽤 크다. 예산이 연간 17조원에 달하고 직원 또한 1600여명이다. 이미 윤 대통령은"인근 계룡대에 3군본부가 있고, 국방과학연구소·항공우주연구원 등이 있는 대전에 방위사업청까지 옮겨 오면 대전은 실로 국방과학기술의 요람이 될 것"이라 말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어떻게 국방과학기술 요람을 만들 것인가? 정부가 만들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윤석열정부의 지방균형발전정책은 중앙정부주도에서 지자체와 지역사회 주도로, 관중심에서 민간의 자율혁신체제 강화로 국가의 성장동력을 바꾼다는 데에 방점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특히나 방위사업청 유치를 계기로 과학국방 기회발전특구를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 스스로 어떤 발전 컨셉으로, 어느 지역에 특구를 만들지, 원활한 추진을 위해 어떻게 규제프리를 중앙에 요청할 것인가를 디자인한 후, 특구로 선정되어 기업에 대한 전례 없는 세제혜택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동시에 어떤 기업을 유치할지, 관련 산업을 어떻게 부흥시킬지, 지역생태계를 어떻게 꽃피울 지도 제대로 짜둬야 한다.

방위사업청 하나로 그치면 절대 안 된다. 내가 선거기간 방위사업청 이전을 강조한 것은 그 하나 때문만이 아니다.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충청기반의 한화디펜스와 글로벌 대표 군수산업을 어떻게 영입하는가의 전략이 중요하다. 그리고 충남 남부지역에서 추진하는 스마트 국방 및 보안산업 클러스터와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더 앞서 준비하고, 더 넓게 힘을 모아 국방과학분야 국내외 기업유치전을 놓고 경남 등 다른 지역과 경쟁해야 한다. 국방과학의 중심에 충청이 우뚝 서야한다.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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