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가정의 달 5월이다. 때마침 코로나 규제도 풀려 오랜만에 노인세대와 부모, 자녀 3대가 함께하는 가족들의 정겨운 모습이 보인다. 가족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이지만 핵가족화는 가족의 의미나 그 역할의 중요성을 점차 퇴색시키고 있다.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 나 홀로 가족의 증가는 우리 사회 구조를 개인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개인중심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공공복지정책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여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그중 중장년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은 매우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주변 지지체계가 없는 1인 가구는 질병이나 어려움에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중장년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고 불규칙한 식사와 생활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질병으로 인한 응급상황에 스스로 대처하기 어려워 고독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중장년 1인 가구는 남성의 비율이 높고 주로 경제적 문제로 1인 가구가 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혼, 사별, 가족해체 등의 이유로 가족과 분리되면서 일자리를 잃고 경제력이 없어지면 노숙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게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세대별 1인 가구 현황과 정책과제’ 연구에 따르면 중장년 1인 가구의 우울의심률(27.2%)과 자살생각률(13.9%)은 다인 가구에 비해 3배가량 높다. 증가하는 장년, 노년 남성의 자살률을 본다면 이들의 우울과 정신건강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장년들은 우리 사회의 일꾼으로 아직은 별문제 없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우리 대부분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일자리, 주거와 같은 복지정책은 주로 청년, 노년층에 주력하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청년 복지정책의 이슈화와는 달리 중장년 복지정책은 무늬만인 복지정책에 머물고 있다. 중장년 세대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기 전에 상담을 하고 지원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나 시설은 찾기 어렵다. 서울시의 ‘50+ 센터’와 같은 기관들이 전국적으로 보편화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중장년 중 1인 가구 세대는 경제, 건강, 사회관계, 심리지원 등 다차원적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1인 가구 시대가 되면서 가족이 수행했던 지원 기능이 지역사회와 국가로 그 책임이 넘어왔다.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지원, 최소한의 주거지원 등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장년층인 ‘베이비 붐 세대’가 노년으로 접어들어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건강하고 자립적인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아끼는 방안이 될 것이다. 예방이 최선의 정책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