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前 인수위 전문위원 (지역균형발전특위 기획운영실장)

▲ 강영환 前 인수위 전문위원 (지역균형발전특위 기획운영실장)

실리콘밸리는 미국 첨단산업, 특히 IT 산업과 벤처기업들의 요람이다. 1939년 휴렛패커드가 이 곳에서 창업된 이래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명멸해 갔고, IT 및 각종 첨단기술을 다루는 수많은 기업들과 연구소가 여기에 터를 잡고 있다.

많은 도시가 제2의 실리콘밸리를 꿈꾼다. 실리콘밸리의 성공배경엔 우수한 인재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스탠퍼드대학교. 실제로 실리콘밸리 대부분의 IT기업들은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생들이 창업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실리콘밸리은행그룹이다. 그룹은 자회사로 은행(Bank), 자산운용(Capital), 자산운용자문(Analytics)을 두어 벤처기업,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를 주고객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그룹-기업-VC/PE는 3각 협업관계를 이뤄 기업의 성장단계별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통해 공생한다.

대덕연구단지와 오송산업단지를 주축으로 대전충청권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핵이다. 인근엔 카이스트 등 인재 양성 교육기관도 많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없는 게 있다. 바로 금융이다. R&D성과가 기술사업화와 창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벤처투자 등 금융역할이 절대적이다. 창업을 해도 벤처기업의 성장기간은 10년 이상인데 반해 기존 벤처펀드는 대부분 7~8년 정도 존속함으로써 사이클이 맞지 않는다. 후속투자자를 탐색하고, M&A압력을 견뎌야 한고, 조기 기업공개에 지장이 크다. 사람과 기술만 있는 벤처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시절에 대전에 방문, "향후 충청권 미래산업 육성과 대규모 기업 지원을 위해서는 특수은행 형태의 기업금융중심 지역은행이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하며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약 10조 원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금융중심 지역은행은 신산업·신기술 자금 조달과 중개운용 등 벤처투자를 주요 기능으로 지방은행 기능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방향성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경선 때엔 대전에 본사를 둔 지역은행설립을 약속했었다. IMF위기로 문을 닫은 지역기반 충청은행을 연상케 하는 공약이었다. 그러나 일반 지방은행은 초기 자본금으로 필요한 최소 금액 3천억원 구성을 위한 출자자 모집부터, 지방은행 설립 시 지자체의 출자 규모 제한(현행 15%)을 푸는 문제까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나 최근의 금융환경 등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은행은 적극적인 신산업·신기술 투자와 육성을 전담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실리콘밸리 성장의 주역인 벤처투자은행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의 국정과제를 보면 지역금융 관련하여 충청권에서 주시해야 할 것이 또 있다. 소상공인 지원 전용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지역의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금융 재원 마련을 위해 현행 소상공인기금 재원 항목으로 소상공인진흥채권(가칭)을 명시하고, 법 개정으로 채권 발행에 관한 주요사항(한도, 소멸시효 등)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방안이다. 여기엔 소상공인의 신용에 따른 맞춤형 금융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행정기관의 금융역량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금융과 사업부문의 분리, 전문인력 채용, 기존 인력의 재교육 등 임직원의 역량기준도 맞춰야 한다. 이는 곧 현재 대전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금융기구의 역할도 수행하는 새로운 위상으로 거듭나게 됨을 의미한다.

이대로라면 대전충청권에 벤처기업 대상의 기업금융과 소상공인대상의 금융지원기관, 두 축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런 금융관련 논의를 선거기간과 인수위과정동안 계속 관계하고 지켜보면서, 나는 지자체와 지역민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반드시 금융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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