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상 청주시체육회 사무국장

정(情)이라는 글자는 정서적으로 우리 문화를 지탱해 온 가장 근본이 되는 글자가 아닌가 싶다.

情자는 사전적 의미로 ‘뜻’이나 ‘사랑’, ‘인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心(마음 심)자와 靑(푸를 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靑자는 우물 주위로 푸른 초목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맑다’나 ‘푸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사랑’이나 ‘인정’은 사람의 가장 순수한 마음일 것이다.

중학교 졸업 무렵 한문 선생님이 마지막 수업을 하시면서 情자에 대해서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난다. 부수인 심방변(?)을 가지고 너희들과 나는 졸업하면 서로 떨어서 있어도 마음만은 항상 푸르다(靑). 그게 바로 "情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한자의 생김, 뜻풀이를 아주 적절히 표현하신 것으로 생각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어릴 적 대청마루에서 점심을 먹을 때이다. 그 시절만 해도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이라 점심때면 밥을 얻어먹으러 다니는 손님(?)이 간혹 있었다. 점심을 먹다가도 손님이 오시면 어머니는 밥이 여유가 없으면 먹던 밥과 반찬을 조금씩 나누어서 별도로 작은 상에 한상을 차려주어 한 끼를 해결하고 가도록 했던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게 바로 우리네 어려운 시절을 조금씩이라도 함께 나누며 살아온 情이 아닌가 싶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흙냄새 물씬 나는 우리 시골인심은 아직도 살아있다. 출장길에 농가에 들르면 잠시라도 들어와서 물이라도 한 모금 먹고 가라고 하는 것이 우리네 인사법이다. 또 농사철에는 새참 등을 들녘에서 먹게 되면 주위에 농사일을 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꼭 불러서 막걸리 한잔이라도 나누는 그런 온정은 아직도 남아있다.

또 情하면 떠오르는 국민간식의 CM송 가사.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요." 라는 가사는 보통사람들의 사랑과 인지상정을 잘 표현한 노랫말로 참으로 찡한 감동을 받는다.

애경사의 경우 오래전에는 부조(扶助)라고 하여 애경사시에 직접 가서 남의 일을 도와주었는데 미처 가지 못할 경우 물건이나 돈을 보내어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해온 전통적인 미덕이다. 그러나 현실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전산망과 휴대폰 애경사 문자에 계좌번호를 같이 보내는 것이 일상화 되어버렸다.

부조에서 부조금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情으로부터 출발해서 시대에 맞게 변형된 문화로 우리의 따뜻한 情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현대 문명인 디지털 문화의 발달로 개인주의화와 정서적으로 메말라 가는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흔히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情 또한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어느 노랫말처럼 정(情)이란 무엇일까. 받는 걸까. 주는 걸까~. 가까이 있을 때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주고 많이 사랑하자. 가정의 달 5월, 서로간의 몸과 마음이 부딪치는 따뜻한 情이 넘치는 사회가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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