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기 충북본사 편집국 부장

6·1 지방선거 충북도지사 선거전(戰)의 레이스가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민의힘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정면으로 맞붙은 가운데 적잖은 지인들이 필자에게 판세를 물어 본다. 누가 당선될 것 같냐는 물음, 요즘 참 많이 듣는다.

그런데 명색이 정치 현장을 뛰고 있으면서도 속시원한 전망을 하지 못하고 승부의 추는 유·불리를 전혀 알 수 없는 ‘안갯속’에 빠져 있다고 두루뭉술한 미완의 ‘우답(愚答)’을 할 뿐이다. 선거의 향배가 궁금한 이들에게 명쾌한 답변을 하고 싶은 마음에 지난 주말 집 근처의 구룡산을 트레킹하면서 과연 어느 후보가 유리한지 생각을 가다듬어 봤다.

먼저 이번 도지사 선거의 구도는 ‘문심(文心) 대 윤심(尹心)’의 대리전이라는 얘기가 떠올랐다. 일견 수긍이 간다. 노 전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김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막역(莫逆)한 데다 당선인 특별고문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구도 싸움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얼핏 보면 새정부 출범(5.10) 이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인 만큼 김 전 장관이 유리한 포지션을 잡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구정부보다는 신정부 후보가 수월하게 표심을 얻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 전 장관은 윤 당선인과 장시간 통화했다고 홍보하는 등 이른바 ‘윤석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윤석열 마케팅’은 국민의힘 후보경선 과정에서 상당히 먹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4일 출마선언을 하고 불과 17일 만에 충북지사 후보 3자 경선에서 고공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 전 장관은 얼마전 정우택 충북도당위원장, 후보경선을 뛰었던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제1차관, 오제세 전 국회의원, 이혜훈 전 국회의원 등 청주권과 비청주권을 혼합한 ‘원팀’을 공개 선언하는 등 전열을 정비하기도 했다. 구도만 보면 김 전 장관이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도내 인구의 절반(2021. 12 행정안전부 159만 7427명 중 84만 여명) 이상이 거주하는 청주권이 여전히 민주당 수중에 놓여 있는 점은 선거 구도와 비견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대목이다.

단적인 실례(實例)로 청주권 국회의원 총 4명 중 3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청주권의 시·도의원 숫자 역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17대~21대 총선까지 다섯 번의 총선에서 민주당은 청주권에서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다. 충북의 수부도시 청주에 민주당의 색채가 무척이나 짙게 덮여 있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거대한 ‘청주표심’이 새 도지사의 얼굴을 가릴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최근 지방선거 판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내재된 민주당발(發) 청주시장 경선 장면도 주목된다.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송재봉(52) 전 행정관이 경선을 통해 3선 도전을 계획했던 한범덕(70) 시장을 제친 것이다. ‘이변’이라는 게 중론이며 민주당이 ‘쇄신·물갈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선수(先手)’를 잡았다는 평이다.

1시간 30분 가량을 걸으며 도지사 판세를 골똘히 생각 해봤지만 아직 ‘예단은 금물’이라는 결론을 맺었다. 선거를 보름 앞둔 5월 중순 무렵 또 한 번 트레킹을 하면 판세의 ‘현답(賢答)’을 갖고 궁금한 이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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