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종, 체내 수분 혈관 안→밖 이동
무조건 신장 걱정 할 필요는 없어
특발성 수년 후 좋아지는 경우 많아
병의 경과 알고 걱정 버리는 게 중요
의사 처방 없이 부종약 먹으면 안돼
90% 이상 강제로 소변 늘리는 종류
전해질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 불러

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
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올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H씨의 고민은 "몸이 잘 붓고 부은 것이 살이 된다"라는 점이다. 평생 한 번 웨딩드레스에 멋진 몸매를 뽐내고 싶은데, 좀 통통한 편인 데다가 잘 붓는 문제 때문에 여간 고민이 아닌 눈치다.

요즘은 근무 중에 병원에 오는 것도 여간 눈치가 뵈는 게 아니지만,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겨우 시간을 내어 신장검사를 하러 왔다.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발등과 정강이 앞을 눌러보았더니 가벼운 부종이 관찰됐다. 소변검사와 신장 기능 검사를 했는데 아무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H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쇼핑센터에서 근무했는데 주로 서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온종일 서서 일하고 나면 발이 부어서 신발이 꽉 끼는 느낌이 들곤 했다. 특히 생리일 전에는 증상이 심해져서 몹시 신경이 쓰였고 점차로 부기가 빠지지 않고 살이 찐다고 한다.

▶신장(콩팥) 검사를 해봐야 하나?

H씨처럼 몸이 잘 붓는 것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매우 많다. 대부분 신장(콩팥)이 안 좋으면 몸이 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H씨처럼 신장 기능이 정상인 경우가 많다. 신장이란 우리 몸의 배꼽 양쪽에서 등 쪽으로 붙어있는 여자들 주먹만 한 장기이다. 마주 보고 있는 모양이 꼭 강낭콩 모양이어서 콩팥이라고도 불린다. 이 신장에는 우리 몸의 구석구석을 돌아온 혈액들이 모두 모여드는데, 각종 노폐물이 신장을 통해 걸러져서 소변으로 배출된다. 신장에 병이 들면 노폐물을 거르는 기능이 떨어지고 혈액 속에 노폐물이 그대로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혈관 속의 노폐물 농도가 짙어지면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혈관 밖으로 스며나가게 되어 피부 밑에 쌓이게 되므로 부종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콩팥이 나쁘면 몸이 붓는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몸이 부으면 콩팥이 나쁜 것이라는 말은 맞는 경우보다 틀릴 때가 더 많다.

▶부은 게 맞는지 어떻게 아나?

부종이 있는지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신체 부위는 바로 정강이 앞쪽이다. 다른 부위에는 수분이 고여도 별 표시가 나지 않는데 정강이 앞쪽은 피부 밑에 바로 딱딱한 뼈가 만져지는 것이 정상이다. 이 부위를 1~2분 손가락으로 눌러보아 우물처럼 움푹 패면 확실히 부종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왜 붓는 걸까?

H씨처럼 신장의 이상 없이 주기적으로 붓는 경우는 대부분 ‘특발성(혹은 순환성) 부종’이라는 병이 원인이다.

‘특발성’이란 말은 정확한 원인을 잘 모른다는 뜻이고, ‘순환성’이란 이 증상이 여성의 생리 주기에 따라서 심해졌다가는 저절로 좋아지는 특징이 있어서 붙은 말이다. 주로 여성에게서 흔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생리 전에 특히 심해졌다가 저절로 좋아지곤 하는 부종 현상이 수년간 계속된다.

알부민과 같은 단백질 대사나 성호르몬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환자들의 경우 실제로 신장의 이상이 생기는 때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몸이 붓는다고 해서 무조건 신장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이러한 부종 현상은 체내의 수분이 혈관 안에서 밖으로 잠시 이동한 것뿐이므로 절대로 이것이 살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H씨가 살이 찌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부은 것을 방치하면 살이 되나?

아침은 거의 거르고 단것도 별로 안 먹는다며 억울해하는 H씨에게 식사 일기를 써 보라고 권했다.

식사 일기란 아침 기상 시부터 잠들 때까지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물의 종류와 양을 수첩에 적는 것이다. 일주일 후 만났을 때 H씨는 일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말한다.

"…. 제가 먹기는 많이 먹데요…."

H씨뿐 아니라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분들의 대부분이 식사 일기를 써 보면 자신의 현주소를 파악하게 된다. 밥은 많이 안 먹어도 중간중간 음료수, 주스, 과일, 비스킷 등 엄청난 양의 열량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로 많이 안 먹는데도 살이 찌는 사람도 있다. 이때는 식사량보다 운동량이 상대적으로 몹시 부족한 경우이던지 유전적으로 살이 찌는 ‘체질’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음식이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좋아질 수 있나?

‘특발성 부종’은 나쁜 병으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수년 후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별한 치료를 찾기보다는 우선 자신 병의 경과를 알고 불필요한 걱정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심할 때는 우선 음식을 싱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출출한 밤에 라면이라도 한 그릇 끓여 먹고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마시게 되면 영락없이 아침에 붓는다. 국물이 아깝더라도 아침에 푸석푸석해질 얼굴을 생각해서 참아야 한다. 오래 서 있는 직종에 있는 분이라면 고탄력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하체의 부종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방법만으로 만족을 못 하시는 분을 위해서 몇 가지 약들이 나와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절대로 의사 처방 없이 사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부종약은 90% 이상이 강제로 소변을 늘리는 이뇨제 종류이다. 그런데 이러한 약은 전해질 장애 등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반드시 담당 주치의의 처방대로만 복용해야 안전하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이뇨제들이 마치 살 빼는 약인 양 과대 선전돼 남용되는데, 이는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침을 명심해야 한다.

도움말=단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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