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 행정안전부 지방세정책관

지난 3월 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부유세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3 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이 있는 부자들에게 최소 20% 세율을 적용할 계획인데,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과세 대상은 약 700명으로 극소수이나 예상 세수는 연간 350억 달러, 4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였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과거에도 부유세가 있었다면 테슬라는 진작 망했을 것"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반대로, 월트 디즈니 가문의 상속자가 회원인 ‘애국적 백만장자들’이라는 단체는 "전 세계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우리의 재산은 오히려 증가했다.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려면 부자들에게 정당한 몫을 요구해야 한다"라며 부유세 도입을 촉구하여 화제가 되었다.

부유세는 20세기 초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부의 불평등을 시정하고자, 포착하기 어려운 자산소득이 있는 부유층에 대한 소득과세를 보완하고자 도입되었다. 부동산, 현금, 금융소득, 귀금속 등을 망라한 총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을 납세자가 매년 자진신고하고 납부하는 국세로 운영되었다. 1990년대에는 OECD 국가 중 12개국이 운영하였으나, 조세회피 목적의 자본유출, 순자산 가치평가의 주관성, 기업활동에 부정적 영향 등을 이유로 2021년에는 프랑스, 스위스, 노르웨이, 스페인 4개국만이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1982년 부유세를 도입하였다가 1987년 폐지하고, 1989년 사회연대세로 부활하였다가, 2018년에는 부동산 부유세로 개편하였다. 매년 1월 1일 기준 부동산 자산 순가치의 세대별 합산액이 130만 유로, 17억 원을 초과하는 개인에 대해 0.5~1.5% 수준의 세율을 적용하며, 총징수액은 2019년 2.1억 유로, 2,800억 원이었다.

우리나라에는 명시적으로 부유세가 없으나, 종합부동산세가 부유세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만 부과된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주택은 6억 원(1세대 1주택은 11억 원), 종합합산 과세 토지는 5억 원, 별도합산 과세 대상 토지는 80억 원을 기준으로 한다. 부유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부의 재분배를 달성하고자 하는 인세(人稅) 성격의 정책 과세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다만, 부유세가 부를 구성하는 전체 과세 대상의 가치를 합산하는 반면,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에 한정하여 토지는 토지대로, 주택은 주택대로 각각 합산 과세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부유세는 부채액을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나, 종합부동산세는 부채액을 과세표준에서 공제하지 않는다. 세율도 부유세가 순자산 총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반면, 종합부동산세는 토지 및 주택별로 별도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새로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장기적으로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종합부동산세는 재산세와의 연계성 등 조세 원리상 지방세에 적합하나, 부동산 정책 및 징수 효율성을 고려하여 2005년 국세로 도입되어 그간 보유세 제도가 이원적으로 운영되어왔다. 또한, 종합부동산세는 일종의 부유세로서 전국단위 합산과세는 물론, 고율의 세율 적용으로 보유세 부담이 누진적으로 증가하는 구조이다. 새로운 정부의 공약은 이원화된 보유세 제도를 조세 원리에 맞게 일원화하고 납세자들의 부담 능력을 고려하여 조정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다만, 부자 감세 논란, 종합부동산세 전액을 부동산교부세로 받아온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보전 문제 등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신은 디테일에 있다. 그와 동시에 악마도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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