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행복의 추구가 인생의 목적이라는 것을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과연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가를 꼽으라면 각자의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돈이나 명예가 행복의 첫째 조건이고 누군가는 건강을 첫째로 꼽고, 또 어떤 사람은 성취감을 행복의 첫째 조건으로 꼽기도 한다. 행복의 조건 순위는 각각 다르지만 누구나에게 해당되는 공통적인 행복의 조건은 돈 건강 명예 권력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것들만 곁에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요즘 명예와 권력을 얻고자 고군분투하는 뉴스 속의 주요 인사들을 보면서 문득 작은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일까요?"라는 프로듀서의 질문에 "가족 간, 스승과 제자 간 모든 인간관계에서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어요"라고 말한다.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일 수는 있으나 기저에 깔린 공통된 단어는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이 아닌 미움의 감정으로 결코 행복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도 있는 힘을 다해서 노력하는 시간들이지만, 때로는 미래의 큰 행복을 기다리다가 지금 곁에 있는 작은 행복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이 생기는 순간도 있다.

현재 다가온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려하지 않고 제쳐둔 채, 막연히 알 수 없는 미래의 화려한 행복 만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각자가 한 번쯤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다.

여러 개의 계단이 있는 높은 곳을 올라갈 경우, 단 한 번에 맨 위 계단까지 갈 수는 없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야 덜 위험하고 안정적이듯 한 번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행복의 정상에 올라갈 수는 없다. 꾸준히 준비하고 내공을 쌓은 대가로 행복도 어느 순간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것이지 아무런 노력 없이 갑자기 덩그러니 찾아오는 손님은 아니다.

오늘의 노력도 내일의 행복을 담보로 하는 성실함의 얼굴이지만, 지금 느끼는 소소한 행복도 부디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지금의 시간이 내일 다시 반복될 수 없고 지금 느끼는 감정이 내일 똑같이 재현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 느끼는 소중한 작은 기쁨을 놓치지 말고 만끽하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간이 지난 후 "지난날 느끼고 찾아온 감정이 분명히 행복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다"고 후회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만나게 된다. 인간은 왜 그리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지….

적금으로 넣는 적은 돈이 차곡차곡 쌓여 목돈이 되듯, 작고 소소한 행복이 적립돼 큰 행복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에스컬레이터 타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처럼 과속으로 빨리 얻어지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는 지혜로움을 터득하게 되면 행복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가까운 친구가 될 것이다.

삶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공을 들이는 사람에게 행복도 기쁜 마음으로 방문하게 되는 것임을 명심하자.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과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만족하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꽃들을 보면서 왠지 좋은 일들이 노란 미소를 띤 채 우리를 방문할 것 같은 희망찬 봄이다.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화사한 봄을 맞이해 모든 사람들이 행복의 화환을 목에 걸 수 있는 설렘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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